brunch

매거진 나의 일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티카카 Mar 04. 2023

수영 - 딱. 오늘 하루만 쉴까?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

나의 도서대여 목록 중 없는 장르가 있다면 그건 자기 계발서였다. 본디 성공하고 싶은 마음도 크지 않았거니와 세상에 재밌는 책이 이렇게 많은데 굳이 계발서까지 읽어야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며 생각은 변했다. 나를 계발하는 데는 게을렀지만 엄마가 되려면 부지런해져야 했다. 미숙한 엄마 때문에 아이가 망가질까 걱정되어 육아서를 읽기 시작했다.


수없이 많은 책을 읽었다. 공통된 이야기는 자립을 위해 좋은 습관을 만들어 주라는 것이었다. 여러 책에 세뇌당한 나는 드디어 아이들에게 적용하고자 하는 용기가 생겼다.

그리하여 내가 아이들에게 도전한 첫 번째 습관은 책 읽기였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결국 해냈다. 한 고비를 넘으니 습관에 대한 자신감도 붙었다.


나는 지금도 아이들에게 습관 만들기를 진행 중이다. 거창 한 건 아니다. 작년 3월은 학교가방 챙기기였다. 일주일 해보니 잘 안 돼서 필통 챙기기로 주제를 좁혔다. 연필 깎아 필통 안에 넣는 것. 이 간단한 습관은 두 달이 돼서야 자리 잡았다.


주제는 매번 바뀐다. 밥 먹을 때 양반다리 하지 않기, 간식은 식탁에서 먹기, 하루에 10분 수학 문제 풀기 같은 작은 것들.

작건 크건 아이들은 새로운 도전에 늘 (지치지도 않고) 격렬히 저항한다. 거부가 심해질수록 나는 오히려 안심한다.  '아. 곧 적응하겠구나.' 이 또한 필요한 순간임을 알기에 차분히 기다려 준다.




수영장을 옮기고 주 3회였던 수영강습을 5회로 늘렸다. 매일 가는 수영 일정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자전거로 왕복 40분을 꼬박 달려야 하는 길은 야속하게도 오르막길 천지였다. 게다가 주 3번은 아이들 수영장도 가야 했다.


자전거 2주 차. 운동이고 뭐고 다 떼려 치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덕분에 불면증은 사라졌지만 온몸의 근육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나에게 저항했다. 몸이 피곤하자 나는 결석을 합리화하기 위해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월요일은 주말 알바로 피곤했으니 쉴까 싶었고, 수요일은 하루정도 빠질까 하는 유혹이 일었다. 화목금도 핑계가 다를 뿐 힘든 마음은 여전했다. 그러다 생각했다.


' 아! 습관 들려고 이렇게 힘들구나. '


아이들에게만 했던 습관 교육. 그건 내게도 마찬가지였다. 시작을 밀어붙여야 나중이 쉽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일어나자마자 귀찮은 마음이 일지만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좇는다.


매일 운동한 지 한 달이 지나자 드디어 가기 싫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그리고 두 달째 되던 어느 날. 수영을 하는데 숨이 차지 않았다. 25M도 한 번에 못 가 서서 숨쉬기 바빴던 나는 어느새 50M도 가뿐해졌다. 자전거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경사가 높아지면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가곤 했는데, 이제는 지옥의 오르막길도 가뿐해졌다.


눈뜨자마자 자전거를 타고 , 정신이 들 때쯤 나는 물속에 있다. 

생활은 반복된다. 그리고 내게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딱. 오늘만 쉴까?"



40년간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악마의 속삼임이다. 너무 오래된 친구라 쉬이 떨어져 나가지 않지만 달콤한 말은 마음 저 구석으로 보내고 체육관으로 향한다.


<그만두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으니 오늘은 걷던 쪽으로 한걸음 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대사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을 읊으며 다짐해 본다. 

작심삼일도 긴 내게 거는 마법주문.



"딱. 오늘만 더 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수영 - 힘을 빼보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