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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혜탁 칼럼니스트 Nov 25. 2019

그저 길게 활동해주기를 바랐었다-구하라를 떠나보내며

- 상처를 안기는 것들이 없는 그곳에서 편안히...

그저 길게 활동해주기를 바랐었다

-구하라를 떠나보내며


스타를 꿈꾸며 춤과 연기 연습을 열심히 했던 전남중학교 3학년 학생의 앳된 얼굴.

무리하게 연습을 한 탓에 코피를 흘리기도 하고, 아파서 쓰러지기도 한다. 

 앳된 얼굴의 소녀. 중학생 3학년 구하라는 몇 년 후 최정상급 한류스타로 성장한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그만큼 좋죠. 아프더라도.”


어린 학생의 입에서 나온 것 같지 않은 묵직함. 


고된 연습을 마치고 11시 넘어 집에 도착한 소녀. 친척집에 지내던 이 친구는 늦은 시간 혼자서 밥을 챙겨 먹곤 한다. 그러고는 사촌동생들의 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 공부를 한다. 

대단한 열정이다.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꿈꾸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 소녀는 몇 년 후 최정상급 걸그룹의 멤버가 된다. 

K팝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구하라.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던 그룹 카라. 그리고 그 중심에 서있었던 구하라의 얘기다.


K팝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그녀에 관한 비보를 접했다.


핑클처럼 영원히 기억에 남는 그룹이 되고 싶다고 말했던 그녀. 그래서 ‘카라’라는 그룹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구하라. 


몇 년 전 한 방송에서 구하라가 팬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팬들이 질문을 하고 그녀는 대답을 했다. 대화 중 그녀는 외려 팬들에게 역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중 한 질문이 저희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냐는 물음이었다.

저희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냐는 물음.


그때 한 팬의 대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 


“나는 (어떤) 모습보다는 길게 활동했으면 좋겠어.”


맞다. 팬들 마음이 다 이렇다. 그저 길게 보고 싶은 것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너무 필사적으로 애쓰지 않아도 된다. 
완전무결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는 강박에 시달리며 과도하게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저 오래오래 활동하는 것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저 답변에 녹아 있었으리라. 
팬들 마음은 다들 같을 것이다. 그녀를, 카라를 그저 길게 보고 싶었을 것이다. 

필자 역시 그녀가, 그리고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던 카라라는 그룹이 ‘길게 활동’하길 바랐다. 


포털에 그녀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다시 전남중학교 학생의 어린 얼굴이 눈앞을 스친다. 

끼가 많고 열정이 넘쳤던 어린 소녀. 그리고 피나는 노력으로 카라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 역할을 다했던 구하라. 

끼가 많고 열정이 넘쳤던 소녀. 


마침내 꿈을 이루고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지만, 혼자 감내하기에는 너무도 벅찼던 어려움들, 그리고 그녀를 할퀴었던 말들. 그녀를 아프게 했던 것들에 화가 난다. 


이제는 영상과 사진만으로 볼 수 있는 그녀.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하나의 꿈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녀의 열정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마음껏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기를. 

상처를 안기는 것들이 없는 그곳에서 찬사와 응원을 맘껏 받으며 길게 활동해주기를.


* 구하라 님의 명복을 빕니다.


석혜탁 sbizconom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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