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혜탁 칼럼니스트 Jul 15. 2019

<롱샷>, 이런 기자와 정치인을 갖고 싶다

- 조나단 레빈, <롱샷(Long Shot)>

[석혜탁의 Movie無患] <롱샷>, 이런 기자와 정치인을 갖고 싶다

- 조나단 레빈, <롱샷(Long Shot)>


* [Movie無患] : 무비무환. 무비(Movie)를 보면 근심이 없다(無患). 네 번째 영화는 <롱샷(Long Shot)>.


# 프레드 플라스키, 이런 기자가 없어진 지금.


위험한 기사를 쓰는 못 말리는 열혈 기자.



<대화>
샬롯 필드(미국 국무장관) : "걔는 기자야."
매기 밀리킨(샬롯 필드의 비서) : "위험한 기사만 쓰잖아요."

여기서 말하는 사람은 프레드 플라스키다.


좌충우돌!

열혈 기자 프레드 플라스키.


겁도 없다.

극우 성향을 가진 반유대인 모임에 잠입취재를 시도한다.


"하일 히틀러(Hail Hitler)!"를 외치며 "유대인을 조지자"는 극언을 내뱉는 무시무시한 곳에 들어가 이들의 실상을 관찰한다.

물론 이 모든 대화를 몰래 녹음한 채.


플라스키는 극우주의자들의 망언을 몰래 녹음한다.


'White Pride'라는 문구가 이들 모임의 정체성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들과 형제가 되고자 '위장'하기 위해, 팔자에도 없는 나치 문양을 팔에 세기는 시술을 받기도 한다.

 

하켄크로이츠의 하단 부분이 막 다 그려져 갈 때쯤!

그가 기자였던 것이 발각된다.

(나중에 미완성된 하켄크로이츠는 졸라맨과 비슷한 형상으로 바뀐다. 플라스키답다.)


집단 린치를 당할 것 같은 위험한 분위기가 연출되지만, 그는 창밖으로 몸을 던져 탈출에 성공한다. 다친 몸을 추스리기도 전에 일단 녹음된 파일이 이상 없다는 것에 먼저 안도하며.

물론 영화니깐 크게 다치지는 않는다.



플라스키의 투철한 저널리즘, 상식적인 그러나 보기 드물어진.


"글은 잘 써.
근데! 너무 나갈 때가 있어."

플라스키가 속해 있던 신문사에서 그가 들었던 말이다.

(참고로 이 신문사 이름은 <The Brooklyn ADVOCATE>다.)

기자가 글 잘 쓰면 됐지.

사족이 붙는다.


이 신문사는 거대 미디어에 매각된다.

(사명인 'ADVOCATE'가 굉장히 궁색해진다.)


플라스키는 불 같이 화를 낸다.

거대 미디어와 싸우는 게 우리 신문의 목적이잖아요. 근데 거대 미디어에 회사를 팔아요?


회사는 퇴사하려는 그를 붙잡으려고 한다. 직원의 3분의 2를 해고하는데, 당신은 남기겠다며. 플라스키는 일언지하에 거부한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말을 외치며 문을 쾅 닫고 나간다.

 

저널리즘은 오늘 죽었다!


이런 기자.

어디로 튈지 몰라 좀 겁이 나긴 해도, 그래도 올곧은 미디어 윤리와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불의에 분노하는 저널리스트.


거대 미디어의 총수인 파커 웸블리에게는 "당신네 재벌 언론이 이 땅을 망치고 있어!"라며 역정을 낸다.

거대 미디어의 총수인 파커 웸블리

샬롯의 연설 비서관이 된 후에도 자신의 글의 진정성을 훼손할 없다며 거칠게 소신을 피력하기도 한다.


반면 베트남에 가서는 "이 나라에 한 짓은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긴다.

(이 장면은 정말 빨리 지나가기에 놓치기 쉽다)

베트남에 한 짓은 정말 죄송하다고 말하는 플라스키


이런 유형의 기자가 머릿속에 몇 명이나 떠오르는가?

그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인물 설정인 것일까?


# 샬롯 필드, 이런 정치인이 없어진 지금.


환경 보호에 대한 오래된 신념


A부터 Z까지 완벽한 캐릭터.

샬롯 필드.

미국의 국무장관.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자!

그녀는 가끔 눈을 뜨고 잘 정도로 바쁘다.

새벽 3시 35분에 기상하고, 하루에도 수도 없이 많은 각국 정상과 통화하며, 세계 유력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한다.

분 단위로 예정된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한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리더십이 남달랐다.

1990년대 초 학생회장에 출마했을 때부터 그녀의 어젠다는 '환경'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연속 무도회를 공약으로 내건 경쟁자에게 패배했다. (이것이 꼭 10대 교내 선거에서만 적용되는 일을 아닐 것이다.)


장관직을 사임하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때도 그녀는 환경을 화두로 내건다.

벌, 나무, 바다를 키워드로 한 지구재활계획이다.

샬롯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때도 환경을 화두로 내건다

현실 정치에서 환경을 기치로 내건 캠페인은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게 된다.

복합한 이해관계의 착종, 이것이 그녀의 정치적 신념에 위해를 가한다.


정치인으로서, 그것도 여성 정치인으로서 당선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학생회장 선거를 나갔던 소녀가 지금의 흔들리는 자신을 보며 실망할 것 같다고 말하며, 그녀는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10대에 간직했던 꿈, 목표, 신념을 끝까지 간직하는 정치 지도자!



# 성 역할이 바뀐 <귀여운 여인>?


13세, 16세에 사춘기 소년과 베이비 시터로 만난 플라스키와 샬롯.

플라스키는 영부군이 되고, 샬롯은 대통령이 된다.

13세, 16세에 사춘기 소년과 베이비 시터로 만난 플라스키와 샬롯.


플라스키의 절친 랜스의 말마따나 영화 <귀여운 여인>이 떠오른다.

다만 샬롯이 리처드 기어, 플라스키는 줄리아 로버츠.

샬롯이 리처드 기어, 플라스키는 줄리아 로버츠?


영화 중간중간에 여성 정치인에게 가해지는 수없이 많은 차별적 언어가 즐겁게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낯선 광경이 아니기 때문일 터이다.


인터뷰 중 정치인에게 정책에 관한 질문이 아닌 헤어 제품에 대한 질문을 하고, TV 프로그램에서는 '빨간 날' 운운하며 저질스러운 희롱을 일삼는다.


대통령도 국무장관인 그녀에게 훌륭한 '비서'였다고 말한다.

이 모든 장벽을 하나하나 넘어 대통령이 되는 샬롯!



우리에겐 플라스키 같은 기자가, 샬롯 같은 정치인이 필요하다.


우리에겐 플라스키 같은 기자가, 샬롯 같은 정치인이 필요하다.


아울러

'여성 정치인의 성공 드라마'가 너무도 진부한 테마가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 참석 후 작성 (by 석혜탁 칼럼니스트)




https://brunch.co.kr/@hyetak/94

https://brunch.co.kr/@hyetak/96

https://brunch.co.kr/@hyetak/113


석혜탁 :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오늘이 가벼운 당신에게 오늘의 무게에 대하여> 저자 / 칼럼니스트·강연가 / sbizconomy@daum.net (기고 문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