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길에 마주한 여섯 글자의 기묘한 힘
- 출근길에 마주한 여섯 글자의 기묘한 힘
직장생활을 나름 누구보다 재미있고 힘차게 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편이지만, 월요일 아침 출근길의 몸과 마음은 마냥 가볍지는 않다. 주말 아이를 데리고 메트로폴리스를 횡단하느라 피로가 가중되었고, 이번 주 해야 할 일(미팅, 보고, 결재 등)들이 머리에 스친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비슷하지 않을까.
<농담과 그림자>의 저자 김민영 작가는 출근길을 “적당한 피로와 절반 정도의 무기력과 나머지 절반 정도의 활기”로 표현한 바 있다. 피로, 무기력, 활기의 비중을 잘 조절하는 것이 긴요할 터이다.
버스에서 내려 회사로 향하던 중 횡단보도 앞에서 어찌 보면 평범한, 근데 또 적이 희유(稀有)하면서도 특별한 문장과 마주했다. 문구가 부착된 위치도 평범치 않았다. 빨간불이라서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아래로 두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여섯 글자였다.
“지나갈 일이야.”
신호등 옆에서 “지나갈 일이야”라는 위로를 받게 되다니. 끼고 있던 이어폰을 빼고, 초록불로 바뀌기 전까지 한참 동안 육 음절의 메시지를 들여다봤다. 그리고 웃음을 안고 길을 건넜다. 괜히 힘이 더 나는 것 같았다.
두 나라(한국과 일본)의 이름을 갖고 있는 작가 손힘찬(오가타 마리토)은 그의 책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렇듯 지금 당장 웃을 수 있는 일은 주변에 널려있다. 고작 그런 것으로 행복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되물어 보고 싶다. 이렇게 소소한 행복도 느낄 수 없는데, 어떻게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느냐고 말이다.”
다시 김민영 작가의 말을 빌려보자. 그는 “매일매일 견고하게 반복되고 있을 아침의 개별성과 동시성”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지나갈 일이야.” 이 문구로 나는 출근길이라는 ‘동시성’ 속에서 따뜻한 ‘개별성’을 획득했다.
이 문구 덕에 한 주를 잘 끝낼 수 있었다. 각기 다른 무게의 고민을 안고 출근을 하는 직장인 동지들에게 이 말을 돌려주고 싶다.
“지나갈 일이야.”
sbizconomy@daum.net / 석혜탁
* 아래는 얼마 전 다녀올 쿠알라룸푸르 사진 몇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