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꽃이 좋을 나이입니다만...
4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열 살 어린 친구들이랑 운동도 무리 없이 하고 어디 가면 동안 소리를 들으며 나름대로 관리까지 주기적으로 하면서 실제 나이 대비 내외관을 잘 꾸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지난 주말 출산 이후 처음으로 애 없이!! 친구들과 도쿄에서 뭉쳐서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흰머리를 발견했다. 내 첫 흰머리.
원망스러운 머리카락 하나가, 나는 날 때부터 이런 년이라는 듯 새하얬다. 나에게 발견되면 치명상을 입을 것을 알고 있었던 듯, 나 스스로 거울을 봤을 땐 결코 발견할 수 없는 자리에서 훗날 동지들의 등장을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었다. 이제 지나도 흰머리가 나는구나~ 하며 친구가 숙연하고 준엄한 태도로 그 년을 제거해 줬고, 나는 (모근이라도?) 일기장에 효수할 생각으로 종이에 싸서 여행가방에 고이 간직해 한국까지 가져왔다. 마침 흰 종이에 싸 오는 통에 발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뭐 이제 나도 흰머리 날 때가 됐지, 싶어서 그렇게 속상하진 않았는데 최근 내가 겪는 업무 관련 어려움과 노화 이슈가 겹치면서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충분히 늙었고! 사회생활도 충분히 했는데! 회사의 영상 콘텐츠에 나오는 나의 모습이 '어린년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상대의 말을 끊는다'는 평가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고, 신생 콘텐츠 입장에서 어유~ 그냥 지나치실 수도 있는데 욕 에너지를 여기 쏟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할 일이지만 내가 그렇게 쿨한 인간은 아니다. (그래서 주위에 진지하게 혹시 나 비호감인가?라고 묻고 다니기도 했다.)
실제로 내가 어리고 (여전히) 여자였던 사회 초년병일 때는 나의 당시 생물학적 조건이 기자로서 약점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나름 속상한 부분이었지만 주위 여성동료들이 다 비슷한 상황이었고 나이가 들면 해결될 문제니 땅을 치며 원통해할 문제도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진정으로 늙은? 여자가 된 지금 시점에도 같은 연배의 남성 대비 더 많이 알고 더 예의 바른 모습을 가져야 안전하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저 43살이에요,라고 자막을 달아야 하나 관리를 덜해야 하나(이건 아닌 것 같음) 확 마 씨... 나 혼자 상당히 진지하다. 상대가 말을 길게 하면 중간에 껴들 수도 있지! 싶지만 그래도 말을 끊는 것은 내가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반성이라도 하는데 말투가 거슬린다, 도전적이다 이런 건 이 십ㄴㅇㄹㄴㅇㄹㅇㅀㄴㅇㄹ... 동료들이 댓글은 보지 말라고 해서 따르고 있는데, 가끔 반응이 좋아서 댓글이 많으면 기쁜 마음에 슥슥 보다가 또 기분이 나빠진다. 나 이제 흰머리까지 있는 사람이라고오오오오!!!!
ps. 심지어 칭찬? 도 이런 식이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 네?
그 뒤에는 바로 말투가 거슬린다는 지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