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로운 기억

by 리뷰몽땅

가끔은 엄마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나는 웃으며 엄마를 보지만 엄마는 두려움에 찬 눈으로 나를 볼 때 . 혹시라도 엄마에게 내가 남으로 보이는 건 아닐까. 궁금했습니다.


동생은 엄마를 거리에서 찾았습니다. 또각 또각. 구두소리를 좋아하던 엄마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미 오래전 암으로 세상을 등진 큰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그리고 막내딸인 나에게 큰일이 났다며 거리에서 동생을 붙들며 빨리 가자고 했다고 합니다.


엄마가 이렇게 될 때까지 우리는 왜 아무도 몰랐을까요. 넋을 놓은 채 망연히 앉아있는 동생을 다독이며 나는 애써 외면해 왔던 지난날에 후회가 밀려들었습니다. 하지만 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나도 너무 힘들었으니까. 동생을 앞에 두고 나는 핑계를 늘어놓았습니다. 동생의 귀에 그 말이 들어갔을까요


나는 엄마의 눈에 내 얼굴을 들이밀고 막내딸이 왔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보며 어떻게 깃발을 들고 쫗아오는 사람들을 피해서 왔냐고 물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나는 동생을 보았고 동생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다시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내가 막내라고 웃으며 말을 건넸습니다. 한참 나를 보던 엄마는 왜 이렇게 갑자기 늙었냐며 나를 흘겨 보았습니다. 화장도 하지 않고 머리도 빗지 않고 왜 이 꼴로 나타났냐며 나를 혼냈습니다.




꾸미기를 좋아했던 나의 엄마는

그래서 항상 내가 불만이었다


립스틱이라도 바르지 파마라도 해야지

그래서 나는 엄마를 만나러 갈때면

최선을 다해 화장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70이 넘어서도 또각또각

구두를 신던 엄마가


오늘 짧게 머리를 잘랐다며

선머슴 같은 모습으로 웃었다


우리 엄마 속상하겠다




우리에게는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에도 급급한 삶이라 엄마를 하루 종일 옆에서 보살피는 일은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매일매일 엄마의 머리속에는 새로운 기억들이 생겨났고

우리는 그 기억들을 마주하는 일이 버거웠습니다.


요양원에 모시자는 동생의 말에 나는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50살의 동생이 안타까웠습니다.

언제 저렇게 늙었지, 언제 저렇게 주름이 많이 생겼지

거친 동생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는 불현듯

내가 엄마를 데리고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가당치 않은 일이라고 주변에서는 나를 말렸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나는 삶에 대한 의욕이 없었고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하등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