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살지마

by 리뷰몽땅

어린 딸을 보내며 나는 맘 속으로 말했습니다.

나처럼 살지마. 엄마처럼 살지마. 너는 이렇게 살지마

한사코 나의 손을 놓지 않는 딸을 매몰차게 밀어냈습니다.

몇년 전 무슨 엄마가 이러냐며 딸은 결국 앙칼진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고 그 후 나는 잘 지내고 있으리라는 생각만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보고 싶었고 만지고 싶었지만 말이죠


엄마는 여러 번 짐을 쌌다고 했습니다.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엄마가 없는 일상을 상상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 때 왜 도망 안 갔냐고 물었을 때 엄마는 너무나 당연한 듯이

말했습니다. 너거들이 있는데 내가 어딜 가겠노. 내가 가고 나면

웬 첩년이 와서 너거를 구박할긴데 그걸 우째 버리고 가노


그 때, 매일같이 벌어지는 엄마와 아버지의 싸움에 지쳤던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가 없다면,

그래서 아버지가 좋아하는 여자가 들어온다면,

적어도 싸우는 일은 없겠다고.


나의 어린 딸이 죽어도 나를 따라가겠다고 목을 놓아 울었지만

나는 짐을 싸서 도망가는 엄마를 따라갔을까.




주말마다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나들이를 가셨다

예쁜 원피스를 입고 예쁜 모자를 쓰고

아버지를 따라 나설때면 기분이 좋아

노래를 흥얼거렸다


가끔은 화장이 진한 아줌마가

우리와 함께 밥을 먹기도 했다


향수 냄새가 너무 진해서

코를 막기도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런 날이면 저녁마다 엄마와 아버지가 싸웠다


어른이 될 때까지 엄마와 아버지가 싸우는 이유는

모두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낮잠을 자는 엄마를 마구 깨웠습니다.


그 때 엄마 나한테 왜 그랬어? 내가 뭘 알고 따라간 것도 아닌데

엄마 나한테 왜 화를 내고 나를 때렸어? 그럴거면 엄마가 나를

못 따라가게 하지 그랬어. 아버지하고 나가면 안된다고 뭐라고 하지

왜 그냥 나가도 된다고 말했어? 엄마는 나를 첩자로 보낸거지?

아버지가 어떤 여자 만나고 오나 알아보라고 나를 보내 놓고서

왜 나한테 화를 냈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나를 혼냈어?


나는 그것도 모르고 평생 엄마한테 죄인처럼 살았잖아

엄마가 울고 엄마가 아프면 다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잖아

엄마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랬어


영문을 모르는 엄마는 무섭다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두 손을 빌며 잘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줌마요, 내가 잘못했니더. 그러니 살려주이소


그렇게 한참을


나는 미친 년처럼 울부짖었습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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