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니까 그래

by 리뷰몽땅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동생은 누가 시켰냐고 소리를 질렀죠. 그 때 그냥 요양원에 보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게 할 말이냐고 나도 받아쳤어요.

너는 아들이라는 놈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고 했죠.


엄마는 소파에 앉아 물끄러미 우리를 보다가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날부터 엄마는 방에서 나오질 않았어요. 먹고 자고.

화장실을 가는 일을 제외하고는 엄마는 방에 우두커니 앉아있거나

하루 종일 잠을 자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울기만 했습니다.


엄마의 시어머니는 나이 60에 중풍에 걸렸습니다. 몹쓸 병이었죠.

서슬 시퍼렇게 시집살이를 시키며 며느리를 무시하던 시어머니는

그 날부터 며느리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갔습니다.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나라면 몰래 구박 했을 것 같습니다.


벽에 똥칠을 한다는 말이 어떤건지 초등학생인 나도 알았을 정도였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엄마의 한 섞인 소리가 아파트를 울렸습니다.

방이 세 개인 아파트에 다섯명의 아이들과 엄마,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가 살았어요

밤이면 거실까지 이부자리를 펴 놓고 언니들과 나는 모여서 잤습니다.

작은 방 한 칸은 제일 큰 언니 차지였어요. 맏이의 특권이기도 했습니다.


하여간 4층 계단을 하나 하나 올라가면 갈수록 엄마의 목소리는 커졌어요

대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똥구린내가 진동을 했습니다.

어린 나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지 알 수가 없었죠.

엄마는 거실 바닥에 앉아 이제 나는 못해요, 못해 하고 할머니에게

악다구니를 쓰고 있었고 할머니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누런 똥을 옷으로 이렇게 이렇게 모으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뺏으면 할머니는 엄마를 밀어내고 또 엄마가 뺏으면

할머니는 엄마의 머리칼을 잡고 두 여인은 한참동안 실갱이를 벌였고

나는 할머니가 엄마를 밀쳐내고 머리칼을 잡아 뜯을때마다 또 할머니를 밀어내고

어디에서 그런 힘이 생겨났을까 늘 누웠다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 하던 할머니였는데 말이죠




엄마는 가끔 할머니를 나에게 맡겨두고 외출을 했다

할머니 방에서 숙제하고 할머니 방에서 인형놀이를 했다

행여나 할머니가 엉뚱한 짓을 하지 않게 나는 감시병이 되었다


그런 날이면 할머니는 옷장 안에 숨겨두었던 카라멜을 한 개 꺼내주었다

사랑꾼인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시골에서 올라올 때면

할머니에게만 몰래 군것질거리를 안겨다 주고 가셨다


나는 할머니가 잠이 들면 몰래 옷장문을 열고 카라멜을

한 웅큼 집어내어 슬며시 방문을 열고 나가 책가방 안에 넣어두었다




모처럼 늦잠을 자고 일어난 일요일 오후였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엄마의 안부를 묻는 일이 점점 짜증스러웠어요

엄마의 방에서 나는 냄새를 감당하기가 힘들었으니까요


크게 기지개를 켜고 열린 문 틈으로 엄마가 뭘하나 쳐다보는 순간

나는 기절초풍을 하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박차고 들어가서

엄마, 지금 뭐하는거야 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이불을 걷어차고 말간 눈으로 나를 보는 엄마를 향해

나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다가 양팔을 허우적대다가 화장실로 달려가

청소용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서는 엄마의 손에 들려있는 것을 뺏으려고

힘을 쓰고 용을 쓰고 악을 쓰다가 그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엉엉 울었죠. 엄마를 부르며 엉엉 울었습니다.

목이 쉬어라 소리내며 얼굴이 벌개져서 울고 또 울었죠


몇 분이나 흘렀을까, 엄마가 나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꼭지야, 와 우노. 꼭지야, 와 이래 서럽게 우노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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