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 대한 추억은 별로 없어요. 나는 주로 아빠와 놀았으니까요.
10년동안 연락 한 번 안하던 사람이었어요 갑자기 전화가 와서 놀래긴 했어요
엄마가 아니라 이정현씨라고 되어 있네요
10년 전에 대판 싸웠어요. 그래도 엄마가 먼저 전화를 할거라고 생각했죠
내일이면 할까. 일주일 뒤에는 하겠지. 그렇게 한달이 흘러가더라고요
화도 나기도 했지만 무서웠어요. 이렇게 엄마가 사라져버리는 건 아닌가.
엄마가 나한테 별로 관심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엄마잖아요
그래서 전화를 먼저 하셨나요?
네. 하지만 두 세번 정도. 벨이 울리는 걸 듣고 그냥 끊어버렸어요
내 전화번호가 뜬 걸 보면 엄마가 전화할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연락...없었어요
속상하셨겠네요
네.
그래서 이정현씨라고 이름을 바꾸셨구나
네.
그리고 한달전에 갑자기 연락이 온건가요?
네. 카톡으로 100만원이 송금됐더라고요. 외할머니 이름으로요
너무 놀라서 외할머니한테 전화를 했는데 엄마가 받았어요.
외할머니를 한참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한참만에 엄마가 나야. 라고 말했다.
나는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리고 화가 났다. 보통의 엄마들은 딸과 전화할 때
딸~ 엄마야. 라고 하던데. 친구들의 엄마들은 그랬다.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고 엄마야, 라고 끝을 맺었다.
나는 외할머니를 바꿔 달라고 했다.
주무셔. 지금 외할머니 주무셔.
몇 달 전 외할머니가 많이 편찮으시다는 말을 외삼촌에게서
들었던 터라 나는 병원이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했다.
내 집에 같이 있어. 여전히 엄마는 엄마집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너무 이상해서 외삼촌에게 전화를 했어요. 외할머니한테 무슨 일 있냐고
그 때 알았어요. 엄마가 치매 걸린 외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다는 걸.
그 동안 외할머니와는 가끔 연락 하셨나봐요
네. 엄마와 연락 끊어진 후로 외할머니하고는 가끔 만나기도 했어요
결혼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뵙고 한 번도 못 만났어요
외삼촌엑게 백만원 받았다는 말은 했나요?
네...아뇨..안했어요
이상하지 않았나요? 치매 걸린 외할머니가 갑자기 백만원을 송금했는데
그것도 카톡으로.
엄마가 보낸거구나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나는 그 돈 받지 않았어요.
그러니 굳이 외삼촌에게 알릴 이유가 없었고요
괜히 엄마가 곤란해지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말했어야 했을까요? 그랬다면 달라졌을까요
글쎄요.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