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그럴 작정은 아니었어요.
모든 게 다 내 잘못이란 걸 알면서도 나는 변명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찌되었든 엄마를 모신 건 나였고 그 동안 형제들은
그 마음이야 어찌되었든 간에 편했을테니까요
그걸 무시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래서 나는 할 말을 했을 뿐인데
동생도 언니들도 모두 나를 도둑년 취급하는 걸 참을 수 없었어요
물론 엄마 돈을 좀 쓰긴 했습니다. 그래요. 형제들이 보내준 돈,
다들 그게 적은 돈은 아니지 않았냐고 하지만 치매인 엄마를
모시면서 그 정도 돈은 받아도 되는게 아닌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는 오히려 그들이 혼자인 나에게 엄마를 맡겨놓고
자신들은 편하게 살고 있다는 게 화가 났어요. 그래서.
엄마와 바다에 갔다
나보다 덩치가 큰 엄마는 며칠만에 걷는 것도 힘들어했다
그런 엄마를 차에 태우는 건 정말 힘들었다
엄마가 바다를 보고 싶다고 했던가
그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언젠가 그런 말을 했던 것도 같다
그래서 그냥 바다로 갔을 뿐이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파도 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 때 영은이 전화가 왔다
엄마, 어디야
바다에 왔어. 왜
엄마, 할머니랑 같이 있어?
응. 왜
엄마 설마, 설마 죽으러 갔어?
엄마가 뭐라고 하던가요? 내가 엄마를 어떻게 했다고요?
아니예요. 치매 걸리신 어른의 말을 믿는 건가요?
동생이요? 동생이 그런 말을 했다고요? 내가요?
아닙니다. 절대 그러지 않았어요. 물론 돈을 좀 쓰긴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엄마를, 아니 내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죠?
동생을 좀 불러주세요. 아뇨 해야 할 말이 있어요.
어떻게 그런 말을 듣고 참을 수가 있어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엄마와 단 둘이 여행을 다녀온 것 뿐입니다.
그럴 수 있잖아요. 처음에는 매일 안부 전화를 하던 사람들이
시간이 갈수록 아예 연락도 안하더라고요. 그냥 모른척 하는데
굳이 내가 먼저 전화해서 엄마와 여행을 간다고 하면
또 무슨 생색이라도 취급하는 게 듣기 싫었을 뿐이라고요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내가 어떻게 엄마를
그냥 바다를 보러간 것 뿐이라고요. 그것 뿐입니다.
우을증이요? 물론 아예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절대 엄마를 어떻게 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제발 어떻게 해야 내 말을 믿어줄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