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위한 결말

by 리뷰몽땅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렸습니다.

처음에는 절대 차를 타지 않겠다고 버티던 엄마는

꽃을 보러 가자는 말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차에 올랐습니다.


먼저 엉덩이를 좌석에 걸치고 다리를 하나씩 올리며 가뿐 호흡을 하는 엄마를 보며

오래전 날다람쥐처럼 산을 타던 모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엄마의 이런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요.


차에 올라타기 무섭게 나는 엄마에게 물 한 잔을 건넸습니다.

멀미가 심한 엄마를 데리고 차를 타는 것이 겁이 나기도 했고요

차라리 깊은 잠을 자는 것이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수월한 일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수면제 한 알을 곱게 빻아 따끈한 보리차에 넣어 살살 흔들어

얼마나 정성껏 녹혀두었는지 모릅니다.


멀미를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몰라요.

차가 움직일 때마다 머리는 깨질듯이 아프고 속은 울렁거리는데

그 고통을 엄마에게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었을 뿐입니다


10여분을 달렸을까, 엄마는 금새 깊이 잠이 들었습니다.

나는 차를 세우고 엄마가 앉은 좌석을 최대한 뒤로 눕혔어요

그리고 햇살이 엄마의 눈을 따갑게 해서 잠을 깨울까,

미리 준비해 둔 하얀 면수건을 살짝 엄마의 눈 위에 올렸습니다.


나를 위해 따로 마련해 간 텀블러의 커피를 살짝 식히기 위해

뚜껑을 열어둔 채 잠시 창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꽃구경하기 딱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햇살은 며칠만에 따사롭게 비추이고 있었습니다.




영은이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만난 아이의 얼굴은 어느새 처녀가 되어 있었습니다.

왠지 낯선 느낌에 나는 시선을 돌렸습니다. 꿈 속의 따뜻한 봄햇살이 자꾸만 눈 앞에 아른거렸습니다.

영은은 아무 말 없이 한참을 바라보다가 지내기는 괜찮으냐고 물어봤습니다. 글쎄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방향을 바꾸어 돌아누웠습니다.

사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퍼뜩 생각이 나질 않았어요

다행스럽게도 영은이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냐고 물어봐주었고

그때서야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고나서야 어느 작은 방 한 칸에 누워 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푸우, 한숨을 쉬고 나니 갑자기 눈물이 치밀어 올랐어요

문득 엄마는 잘 계시는지 궁금했습니다.

할머니는? 이라는 나의 물음에 영은은 나처럼 푸우 한숨을 쉬었습니다.

외삼촌이 잘 보살피고 있어. 그리고는 다시 한 번 푸우 한숨을 쉬고

요양원에 계셔.라고 하더군요.


나는 발끈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엄마가 요양원을 얼마나 싫어했는데.

아들이라는 놈이 그딴 짓을 하고 있냐며 버럭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말은 목구멍에서 맴맴 돌 뿐 큰 소리로 나오질 않았습니다.


오히려 나는 그렇구나, 잘됐네. 라고 말하고는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잠을 청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어요. 내가 지난번 영은에게 부탁했던 그 물건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아 나는 영은에게 물었습니다.

가져왔어? 그거 , 가져왔어?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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