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환한 웃음을 봤어요. 엄마, 이제 우리 집으로 가자는 말에
그렇게 함박웃음을 지을 거란걸 나는 몰랐습니다.
알았더라면 좀 더 일찍 말을 꺼낼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엄마의 기억 속에 나의 집은 제법 큰 평수의 아파트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후로 엄마가 나의 집을 온 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의도적으로 나는 엄마를 집에 데려오지 않았으니까요.
아니 모시고 올 수가 없었습니다.
장사를 해 보겠다고 위자료로 받은 돈을 모두 날려 먹은 후
나는 가지고 있던 집도 팔아야 했으니까요.
내게 남은 거라곤 커다란 냉장고 하나와 침대 그리고 텔레비전이 전부였고
나머지는 이전 사람이 버리고 간 물건이었습니다.
낯선 환경 속에 남겨진 엄마는 불안해 보였습니다.
여기가 어디야, 여기가 누구 집이야 라고 물었죠.
나는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여기가 막내의 집이라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여기가 우리 막내 집이냐고 다시 물었죠.
아무래도 엄마의 기억 속에 지금의 나는 없어 보였습니다.
한참을 둘러보던 엄마는 배가 고프다고 했고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없는 솜씨로 된장찌개를 끓이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가 나의 어깨를 툭 쳤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숟가락을
떨어뜨렸습니다.
엄마야. 깜짝이야.
그 때 엄마가 내 이름을 불렀습니다.
꼭지야. 니 머하노
엄마는 나를 늘 꼭지라고 불렀다
그렇게 불러서 엄마는 아들을 낳았다고 했다
그 이름이 싫어서 나는 늘 엄마에게 화를 냈다
중학생이 되면서 엄마는 더 이상 나를
꼭지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래도 가끔 어린 시절의 내가 그리우면
슬핏 웃으며 꼭지야 했다
그러면 나는 엄마!! 하고 소리를 질렀다
엄마가 밥 먹는 사진을 찍어 동생에게 보내줬어요
이렇게 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정말 오랫만이라며 동생은 좋아했습니다.
엄마는 신기해 하면 나를 한참 보았습니다. 우리 꼭지가
된장찌개를 다 끓일 줄 안다며 동생과 전화 통화도 했죠
밤마다 엄마의 기억 속 장면들과 싸우던 날이 잠시 멈췄습니다.
엄마는 저녁을 먹고 나와 텔레비전을 보다가 코를 골며
잠들었고 나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사진에 남겼습니다.
작은 거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엄마와 나는 나란히 누웠고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가슴팍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습니다.
엄마는 내가 이 세상을 떠나려고 했다는 것을 알았을까요
갑자기 내 곁으로 불쑥 다가온 엄마를 한참 바라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