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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Apr 17. 2022

과장 1년차, TF장이 되다.

요새 나는 기존 편제 외에 비편제로 운영되는 TF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원래 나의 모토는 회사에서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사는 것이었다.

밑은 바 일은 성실하게 해내는,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지만 회사에 올인하지 않는- 시키는 일만 100% 수행하고 싶은 딱, 요즘 애들같은 정도였다.


연초부터 회사에서 TF 공모가 늘어났다.

처음에는 나도 써볼까? 했다가, 노무사 시험을 준비중인데 굳이 내가 일을 더 키울 필요가 있나! 싶어서 지원을 포기했었다.

새로운 일을 다시 배우기보다는 지금 맡은 일에서 더 인정받고 싶다- 라는 생각도 있었다.

이제 과장 1년차인데, 나는 아직도 이 직무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세번 째 공모가 계속 열렸다.

이쯤되면 그냥 회사 사람들 모두가 TF원이 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TF 붐이 일었다.

그렇게 어버버버하다가 나도 TF 공모에 응시하게 되었고, 얼떨결에 TF장이 되었다.


사실 모집에 응시할 생각도 없었고, TF장이 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그냥 대충 하다가 예산 받고 사업 종료 시켜야지- 라는 생각이었다.

작년에도 그렇게 프로젝트 2개를 운영해서 예산을 받아 내 공모 사업을 편하게 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그리고 연초 모집했던 TF들과는 다르게 비편제 제도로 운영되기 때문에 부담감도 적었다.

 

하지만 아니였다.

내가 하는 TF는 본사 전체가 2030을 대상으로 하는 TF였고, MZ세대들의 획기적인 발상으로 기존 업무문화를 바꾸는 일이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가볍게 시작한 것에서부터 일어났다.

기업문화를 바꾸는데 좋은 생각을 줄 수 있다면 이것 쯤이야-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업무 문화를 바꾸는 게 단순히 아이디어를 내는 게 아니고, 내가 하고 있는 기존 업무를 뭔가 창의적/혁신적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업무 프로세스 개선이라든지 그런 쪽으로 나중에 전무님 앞에서도 결과 보고를 해야한다고 해서 더 끔찍했다.


왜 아무도 제게 설명해주지 않았죠?

발등 찍힌 기분이었다.

상무님과 주차별로 면담을 하고, 다른 팀 과장님으로부터 진척사항을 공유해달라는 메일을 받고

비슷한 과제를 수행하는 다른 팀의 화상회의도 초대되면서부터 스트레스는 더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자꾸 TF 리더라고 이런 저런 챌린지가 들어온다. 

본사에서도 과제 리더 워크샵을 진행하지 않나, 설문조사를 해달라고 하지 않나, 생각보다 일이 커져서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주관을 가지고 있어야 후배들한테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떨까? 라고 말하는데 나조차 그러질 못해서 지지부진한 느낌이었다.

다들 부담감을 느끼는데 내가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으니 더 답답하게 느낄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래서 리더는 괴로운 것인가....?


현재 속한 팀의 업무도 계속 챌린지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서 TF일은 미뤄뒀다.

TF는 납기가 정해져 있는 일이기에 과제 발표날이 되면 어떻게해서든지 되겠지- 라는 생각에 마음 저 한켠에 돌덩이처럼 놔두고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1달 반이 흘렀다.

 TF 1차 과제 진척 현황 발표 메일을 받았다.

지난주부터 계속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미뤄두고 있었는데 공식적으로 진척 사항을 공유해달라는 메일을 받아버린 것이다.


안그래도 해야할 일이 많았기에 힘에 부쳤다.

그래도 내가 하겠다고 말한 일이니, 내가 한 말 그리고 행동에는 책임을 져야했다.


2시간만에 만들기는 했다.

상무님은 그 초안에 대해 굉장히 만족스러워하셨지만, 나는 그저 갑갑한 마음 한가득이었다.

이 TF 과연 잘 끝낼 수 있을까?

내가 잘 이끌어서 우리 후배들에게 좋은 결과물을 안겨줄 수 있을까?

TF로 성과를 낸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부끄럽지 않은 TF장 그리고 선배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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