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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케이크 Sep 16. 2024

과장이지만 여전히 일하는 법은 모르겠어요

일에서 느끼고 싶은 인정욕구

어떤 상무님이 그랬다.

승진은 그다음 직급 역할을 해낼만한 사람을 시키는 것이라고, 지금 보여주는 역량이 다음 일을 맡길만한 사람으로 기대되기에 진급시키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어떠한가?

다른 건 모르겠고 여전히 성과 내는 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아직도 내가 하는 업무를 '나 이만큼 했어요'라고 자랑하는 것도 낯부끄러워서 못하겠다. 자기 PR의 시대라는데 말이다. 이 점은 전 팀장님이 내게 자주 해주던 말이기도 하다. 사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필수 역량인데 내가 이런 점이 부족해 보인다고 늘 말하셨기 때문이다.


승진하면 과장이라는 직급에 걸맞게 책임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나는 또다시 무기력에 빠지고 말았다. 빠른 조직개편으로 인해 11월부터 23년'이 시작한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바빴다. 오죽했으면 '23년 1월에 새해 인사를 하면서, 벌써 3월쯤 된 기분인데 이제 1 월이라니 끔찍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을 정도였다.


새로 바뀐 팀에서는 내 역할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작년에는 큰 프로젝트 3개를 도맡아서 했는데, 새로 후 배들이 전입해 옴에 따라 내가 가진 일을 2명에게 나눠줬다. 작년보다 일이 확 줄어, 여기서 오는 여유로움도 '나 지금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한몫했다.


비슷한 일을 8년 넘게 하다 보니 여기서 오는 루즈함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하고 싶다'라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하루에도 다양한 사건사고가 몇 번씩 터지고, 보고자료를 작성하고, 회의체를 소집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그저 알맹이가 없이 바쁜 느낌이다. 진짜 부진원인이 무엇인지 자료조사를 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느라 바쁜 것이 아닌, 단순 업무지식에 응답하고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판촉비를 투입해서라도 메우는 식으로 반복되기에 재미가 없다


결국 내가 찾는 건,

내 이름을 달고 진행하는 프로젝트, 일을 하고 인정받는다는 느낌, 중요한 일을 한다는 자부심인 것 같다.


치열하게 일하고 퇴근 후에 마시는 맥주 한잔이 짜릿하다 는 것을 알기에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다. 그저 우리 회사는 왜 이럴까, 다른 곳은 이번에 성과급이 000% 올랐다던 데 우리는 안 오르나, 같은 푸념 섞인 술자리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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