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멋 내는 걸 아주 경계했어요. 사업하는 분들은 자기가 멋있어 보이길 원하세요. 이름도 멋지게 짓고,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게 하고. 그런데 손님들은 그 브랜드가 멋있길 원하지 않아요. 그건 손님이 원하는 게 아니에요. 사업은 손님이 원하는 가치를 먼저 제공하는 거예요. 그런데 대부분은 내가 멋있기 위한 사업을 구상하죠. 그게 함정이에요.”
‘내가 멋있어 보이려 하면 망한다.’ 생활맥주 임상진 대표가 롱블랙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진정한 품질 관리의 한 수가 이 한마디에 모두 담겨 있다. PM은 고객이, 사용자가 원하는 쓸모와 가치를 잘 이해하고 프로젝트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프로젝트의 품질을 높이고 대외적으로 프로젝트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지 본인이 칭찬 받기 위해 본인의 품질이 높아 보기기 위해 프로젝트를 이끌어가서는 안 된다. 하지만 PM도 사람인지라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에 일희일비하는 것을 여럿 목격하게 되는데 그 칭찬 또한 본인을 향한 칭찬이라기 보다는(물론 본인에 대한 칭찬일 수도 있지만) 전체 팀을 대표하여 받은 칭찬이므로 어깨가 하늘을 찌르고 광대가 머리 위로 승천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PM이라 하더라도 프로젝트는 절대 PM 혼자 좋은 품질을 만들어낼 수 없다. 프로젝트는 팀원들의 다양한 역량의 조화로 만들어지는 팀웍 예술이다.
프로젝트의 기본 품질은 당연히 산출물이다. 착수 보고부터 시작하여 완료 보고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나오는 산출물을 품질을 1차적으로는 각 파트 프로젝트 리더가 담당하지만 종합적인 책임은 PM에게 있다. 따라서 산출물의 결과만을 봐서는 안되고 과정에 계속 참여하고 관찰하면서 혹시라도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일정 이슈는 없는지, 질적 퀄리티에 빨간불이 들어올 리스크는 없는지 지속적인 체크를 해야 한다.
품질 이슈의 원인이 팀원의 역량에 있다면 인력을 교체해야 한다. 사전 검증된 인력이 아니라면 일을 하는 과정상에서 인력 역량에 대한 이슈는 늘상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인력 교체를 PM의 역량 부족으로 잘못 인지하거나 한국 사회의 ‘정’ 문화를 일에 개입시켜 부족하더라도 끝까지 데리고 간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있다. 프로젝트, 즉 일은 기본적으로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하며 주어진 일정 내에 적정 퀄리티의 산출물을 납품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따라서 문제의 원인이 인력의 역량에 있다면 일말의 망설임없이 교체 계획을 세워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인력 교체는 타이밍이다. 망설이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가고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역량을 가진 사람이 당장 나타나는 것은 아니므로 새로운 인력이 투입되어 인수인계 후 본격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기 전까지 누가 그 업무를 대무하며 버틸 것이냐의 계획이 필요하다. PM의 전공 분야가 무엇인지에 따라 빵꾸난 업무의 대무 가능 범주에 변화가 있을 수는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PM도 유사시에 언제든 실무에 뛰어들어 품질을 끌어올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정말 그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뛰어들 수 있어야 한다.
품질 저하 리스크는 실상 범위 관리에서부터 시작된다. 흔히 구성원의 역량만을 탓하기 쉬운데 약속한 일정 내에 세팅된 인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범위로 시작을 하면서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그나마 인력 세팅이 제대로 됐다면 일정과 퀄리티에 대한 딜을 할 수 있지만 인력 세팅도 불안한 상황이면 딜을 할 수 있는 카드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범위 관리부터 잘못되어 품질 관리의 문제로까지 확대되었다면 문제의 시작은 팀원이 아니라 PM일 수 있다. PM이 리스크라면 회사의 사업 관리자, 고객사와 협의하여 PM을 교체해야 한다.
산출물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이 가진 기술적 역량도 중요하지만 불협 화음을 내지 않기 위해 근태부터 담당한 업무에 대한 오너십과 책임감, 성실성, 협력과 소통 능력, why-what-how 과정을 통한 문제 해결 능력 등 투입된 인력의 업무 태도 또한 품질 관리의 연장선상이며 중요한 품질 관리 항목 중 하나다. 역량의 8할 이상은 태도에서 나온다. 태도가 좋으면 역량이 뛰어나고 역량이 뛰어나면 산출물의 품질 또한 뛰어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팀원을 구성할 때 기본적으로 일에 대한 태도가 올바른지, 조화로운 팀웍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성향인지, 담당한 업무를 소화할 역량이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연휴 막바지에 최근 넷플릭스 인기몰이 중인 ‘중증외상센터’를 봤다. 한국 드라마에 그닥 관심이 없어서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진 않는데 언제부터인가 주지훈이라는 배우의 연기에 호기심이 들어 최근 이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를 주의깊에 살피게 되었다. 응급 당직자들로 순간순간 간신히 위기 모면만 하며 중증 외상 환자들을 치료하고 관리해왔던 한 병원에 천재 사이다 의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서 중증외상팀을 구성하고 중증외상센터를 만들어가려는 의지와 노력을 보고 있자니 프로젝트에 빙의가 되면서 경험과 실력, 현장에 대한 분석/관찰력, 의사결정의 타이밍, 확신과 책임으로 무장한 추진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손발 착착 맞는 팀웍이 중요하지...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8편까지 정주행을 해버렸다. 백강혁과 같은 PM, 당연히 있으면 좋지. 하지만 의사 양재혁, 간호 천장미, 마취 박경원 없이 백강혁 혼자의 힘으로 그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을까?
사이다까지는 바라지 않을게요. 제발 우리, 프로젝트 살리는 PM이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