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사랑은 변하지 않아. 단지 사람의 마음이 변했을 뿐이지.“
영화 <봄날은 간다>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그래요, 고객님의 마음이 변했을 뿐이지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지요. 사람의 마음이 변한 걸 알게 되면 헤어질 결심이라도 하면 되는데 고객님의 마음이 변한 걸 알게 되도 헤어질 결심을 할 수가 없다. PM은 변경 관리를 잘 하면서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한 후 계약한 일정에 칼같이 철수할 결심을 해야 한다.
범위관리부터 시작해서 모든 관리의 기준을 잘 세워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면 변경 관리는 그렇게 어려운 과제는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변경관리에서 한없이 무너지는 이유는 기준을 세우고 관리를 하지 않아서이고 기록을 남기지 않아서이다. 내 몸 하나 건사하며 사는데도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는데 하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는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변경을 깔고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변경되는 것에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고, 이 다양한 변수를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인지만 생각하면 된다.
인력의 변경, 일정의 변경, 관리 양식의 변경, 관리 규칙의 변경 등 변경의 범주는 다양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경 관리는 요구사항에 대한 변경 관리다. 최초 요구사항은 요구사항정의서로 시작되지만 전략을 수립하고 화면설계를 하고 디자인을 하고 산출물을 검수하는 모든 과정상에서 요구사항들은 계속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모든 산출물은 반드시 버전 관리를 필수로 해야 하고 언제 누가 어떤 요구사항을 어떻게 변경했는지에 대한 히스토리를 반드시 활자로 남겨야 한다. 히스토리 관리와 요구사항 변경 수용에 대한 의사결정은 다른 문제다. 변경을 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면 일정 내에 가능한지에 대한 검토를 하고 변경 가능한 범위에 대한 선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기간 내에 수용이 어려운 요구사항은 CR(Change Request) 리스트로 별도 관리하고, 운영 담당자에게 인수인계를 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잘못 이해하고 다른 결과물이 나온 경우나 요구사항을 누락한 경우는 변경 관리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잘못을 빨리 시인하고 신속한 대처를 하면 쌓아올린 신뢰에 금이 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잘못을 숨기고 덮으려다가 오히려 큰 코 다칠 수 있으니 정직하게 일합시다!
놓치기 쉬운 변경 관리 중 하나는 산출물 배포 관리다. 버전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배포가 되는 히스토리를 컨플루언스든 엑셀파일이든 기록을 남겨야 하고, 기록한 내용을 첨부한 이메일로 증적을 남겨야 한다. 나는 전달했는데 상대방은 못 받았다고 발뺌하는 순간, 차마 상대방의 메일함을 뒤지는 만행을 저지를 수는 없으니 보낸 이메일에 수신자로 본인 이름 석자가 박혀있음을 증거로 제시한다. 그리고, 신규 배포가 나갔는데도 불구하고 과거에 배포된 산출물로 작업을 하다가 언쟁이 오가는 것도 많이 보게 되는데 결국 승자는 히스토리를 잘 남긴 자에게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메일만 덜렁 보내고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사항이나 촌각을 다투는 요건의 경우에는 대면으로 다시 전달하는 센스를 발휘해 주시길.
고전 게임 중에 테스리스라는 것이 있다. 각기 다른 모양을 가진 블록을 상하좌우로 방향을 바꾸고 블록이 떨어지는 위치를 이동하면서 블록을 쌓아 한 줄이 채워지면 채워진 줄이 사라진다. 그런데 방향과 위치를 잘못 잡아 블록이 계속 쌓이면 게임 끝! 변경 관리도 이와 동일하다. 각기 다른 모양의 블록이 프로젝트에서 수립해야 하는 관리 기준이고, 블록의 방향과 위치를 바꿔 나가는 것이 변경 관리를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변경 관리를 잘 하면 블록들을 깨나가면서 프로젝트를 원만히 이끌어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고, 변경 관리가 엉망이 되는 순간 블록들이 얽히고 섥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PM은 매사에 기준을 세우고 변경 관리를 하는 것을 습관해야 한다. 기준을 세운다는 것은 유연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변경을 하기 위함이다. 기준만 세우고 변경 관리를 안 하면 말짱 헛일이다. 그러므로 기준과 변경 관리는 한 몸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게임 오버가 아닌 게임의 승자가 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