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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PM이 알아야 할 위험 관리

by 김선혜

"I have a bad feeling about this."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인데 구지 번역을 하지 않더라도 대충 감이 올 것이다. 그리고, 프로젝트 매니저라면 누구보다도 이 여섯번째 감각이 뛰어나야 한다. 소위 직감(gut feeling)이라고 하는 이 감각은 분위기와 기운을 감지해 곧 닥쳐올 위험을 예측하고 느끼는, 어찌보면 점쟁이의 “신”기에 가까운 느낌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타고난 예민함에 자료와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판단 능력이 더해지면 위험 관리에 최적화된 피엠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로젝트는 착수 전부터 곳곳에 위험이 도사린다. 범위 관리부터 변경 관리까지 지금까지 여러분에게 들려드린 스토리를 다 섬렵하신 분들이라면 매 관리마다 엄습해 오는 위험들이 무엇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범위 관리가 첫 단추를 끼우는 시작점인 만큼 범위를 최대한 명확히 정의하지 않으면 투입할 인력, 전체 일정, 산출물의 품질이 단계적으로 무너지게 된다. 무슨 일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의가 없으니 얼마큼의 인력이 필요한지도 불명확하고, 이러한 상태로 일을 하다보면 당연히 요구사항들이 곱하기로 늘어날 것이고, 늘어난 요구사항을 다 처리할 사람이 없으니 하루하루 일정이 지연되고, 시간에 쫓겨 일을 하다 보면 당연히 품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뒤늦게 수습하려고 사람을 투입한들 슈퍼 히어로가 아닌 이상 이미 커질대로 커진 구멍을 틀어막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사람들이 팀을 이루어 하는 일이다 보니 보이지 않는 미묘한 이해관계자들과의 밀땅에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는 옛말이 현실이 되는 상황들을 만들어내야 하는, 즉 얼굴엔 미소를 띠면서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어가는 기술이 필요하다. 우스개 소리로 일하는 것처럼 연애를 했으면 카사노바가 되었을지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의 기술이 연애 기술로 이어지지는 않더군요..


위험 관리에 능한 PM이 되기 위해서는 “정리”와 “계획”이 필수다. 한 일과 하고 있는 일,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꿰고 있어야 한다. 공식화해서 근거로 남기고 히스토리 관리를 해야 하는 것들은 공식 문서화하여 공유하거나 컨플루언스에 업데이트를 한다. 진척 관리를 위해 정기적인 내부 회의를 진행하면서 누수가 발생하고 있는 곳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가급적 모든 공식 회의에 참석해서 돌아가는 있는 판을 읽으면서 향후 어떻게 상황이 흘러갈지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전략을 머리 속에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고로 PM은 기본적으로 남들보다 두세발짝, 필요하면 그 이상 앞서 나가 있어야 한다. 비가 올 것 같으면 우산을 미리 준비하고, 태양이 작렬할 것 같으면 선글라스와 그늘막을 준비하고, 눈이 내릴 것 같으면 재설 작업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위험은 사전에 진단하여 발생 전 해징할 수 있으면 베스트, 이미 발생한 위험이라면 빠른 원인 파악과 조치를 취한다. 위험 발생 시 조치의 신속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정확한 원인 파악이 더 중요하다. 원인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치를 취하면 당장에는 위험이 해결된 것 같아 보이지만 상처를 보이지 않게 덮어놓기만 한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결국 상처가 속으로 곪아 대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므로 위험의 원인을 반드시 잘 도려내고 이후 동일한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습관화 해야 한다.


수읽기(reading). 상대방이 둔 수의 의미를 해석하고 장차 일어날 일을 예상하여 최선의 수를 두는 바둑 용어다. 때로는 정석을, 때로는 포석을, 때로는 승부수를, 때로는 무리수를 둬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수읽기 전략을 근간으로 한다. 프로젝트에서는 위험 관리가 수읽기와 같다. 수읽기를 잘 해야 이길 수 있듯이 위험 관리를 잘 해야 프로젝트를 깔끔히 마무리하고 박수를 받으며 철수를 할 수 있다.


자, 그럼, 과연 나는 위험 관리에 최적화된 피엠인가? 아니면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피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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