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난히 소통 전문가, 대화 전문가분들이 진행하는 토크쇼나 코칭 프로그램을 많이 접하게 된다. 인간에게 언어라는 수단이 있다보니 말이나 글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행위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것인데 어찌하여 이마저도 소위 ‘전문가’라 불리우는 분들을 모시고 공부 아닌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걸까? 개인적인 일상생활에서의 소통만이 문제라면 그나마 화해라는 수단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프로젝트 팀내에서 소통 장애가 발생하면 리스크로 직결된다. 이놈의 의사소통, 왜 이렇게 힘든걸까?
첫번째 원인은 이해의 부족이다. PM을 중심으로 고객사, 파트너사, 본사, 프로젝트팀 등 다양한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여기서 PM은 소통과 협의 채널의 중심 역할을 담당한다. 10인 10색,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상황에서 의사소통의 중심 역할을 한다는 것은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색을 이야기하는지 파악하고 이해한 후, 이해관계자간 조율을 통해 또는 직접적인 솔루션 제시를 통해 최종 의사결정을 도출하는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고, 최종 의사결정에 도달하는 모든 과정상에서 조타수 역할을 하며 방향과 균형을 잡아 나가야 한다. 요구사항 발생과 요구사항 정의는 프로젝트 초기 분석 단계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프로젝트의 전 과정상에서 크건 작건 수시로 발생할 수 있고, 요구사항 발생 대상은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들, 요구사항 발생 범위는 프로젝트와 직결되는 업무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환경 요소(예를 들면 더운 여름 오후 6시 이후 에어컨 가동이 중단되는 문제)까지 어떠한 이유로 요구사항들이 쏟아져 나오는지, 어디를 정말로 가려워하는지를 잘 파악하여 노련한 해결 방법을 찾아나가는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한다.
두번째 원인은 소통 방법 선택의 복잡함이다. 스마트한 세상이 되다보니 서면, 대면에 비대면이라는 소통방식이 하나 더 추가되면서 소통의 편의성이 더해진만큼 소통의 어려움 또한 더해진 상황이 되었다. 요즘의 소통 방법을 비대화/대화의 관점에서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비대화 소통:
- 공통(공식) 양식을 기반으로 파일 단위 또는 온라인 작업 공간에서 히스토리를 관리하며 소통하는 방식
- 회의록, 공식/워킹 산출물(보고서 포함), 온라인 작업 공간(지라, 컨플루언스, 구글 드라이브, 피그마 등),
이메일 등
대화 소통:
- 대면으로 직접 대화, 비대면으로 대화와 유사한 형태로 소통하는 방식
- 화상(줌, 구글 밋 등) 회의, 메시지(메신저, 채팅 앱 등), 대면 회의 등
이와 같이 소통 방법이 다양화되다 보니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에 대한 사전 판단이 필요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소통 방법을 선택해서 가이딩하는 것이 PM의 중요한 역량 아닌 역량이 되었고, 개인의 역량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범위, 일정, 변경, 위험 관리 대상에 속하는 항목은 반드시 히스토리 관리를 진행해야 하므로 비대화 소통을 기본으로 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대화의 방식을 선택하여 의사소통하는 스킬이 필요하다. 그리고, 비대화/대화 카테고리 안에서도 한 가지 방법만 사용하는 것보다는 2가지 이상의 방법을 적절히 조합하여 사용하면 좀 더 효율적이고 빠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이메일의 경우 대화 범주에 속할 수도 있으나 온라인 작업 공간과 대등한 수준의 히스토리 관리 수단이므로 비대화 소통 범주에 포함시켰다. 유효 기간이 한정된 메시지의 경우 히스토리 관리를 위해 메시지를 별도 저장해 놓거나 이메일이나 다른 히스토리 관리 수단을 이용하여 반드시 증거를 남기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세번째 원인은 소통 방향의 오류다. 언어적 소통이든 비언어적 소통이든 소통의 대상이 이해하지 못하는 소통은 의미가 없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쓸데없는 질문을 유발시키는 것 또한 소통을 잘못하고 있다는 신호 중 하나다. 타인을 향해 의사를 전달하는 행위를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나만 이해할 수 있는 내 언어로만 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 보다는 그냥 내가 전달할 의사를 쏟아내고 나는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의사소통에서 ‘의사’만 하고 ‘소통’은 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소통’은 주고 받음이다. 상대방이 무슨 의미를 전달하려 하는지 잘 경청하고, 상대방이 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여 의사를 전달하는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그리고, 또 하나, 의사 전달을 누구에게 해야 하는지 ‘수신자’와 ‘참조자’를 잘 선택해야 한다. 이메일을 주고 받다 보면 온갖 사람들을 다 수신, 참조 대상자로 넣고, 회신을 할 때도 아무 생각없이 전체 회신으로 메일을 보내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된다. 수신자는 직접적인 피드백을 주고 받는 대상이고, 참조자는 지금 하고 있는 의사소통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하는 공유 대상자다. 수신자가 여러명이고 각각의 수신자로부터 답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내용상에 답변 담당자를 각각 기입해 놓으면 소통이 좀 더 용이해질 수 있다.
의사소통의 기술을 다시 한번 요약해 보면, 경청, 이해, 히스토리 관리와 타이밍에 맞는 적절한 소통 방식 선택, 정확한 소통 대상자 선택, 그리고 대상자를 향한, 대상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소통하기! 그리고, 중요한 또 한가지, 꾸준한 읽고 쓰기를 통해 의사소통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소통의 대가나 전문가들을 보면 늘상 손에 책이 들려 있고, 메모를 하고 글을 쓰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그리고,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사용하여 의사를 잘 전달한다. 때로는 전문 용어를 쓰기도 하지만 소통의 상대가 전문가가 아니라면 상대방이 잘 이해할 수 있게 한 번 더 풀어서 설명을 한다. 정리하는 글쓰기가 생활화되어 있으니 텍스트로 쓰여진 문서/비문서 소통도 핵심이 잘 정리되어 깔끔하고 이해하기 쉽다.
번지르하게 말만 잘하는 PM이 아니라 의사소통을 잘 하는 PM이 되고 싶으시다면 지금부터 열심히 읽고 쓰는 훈련을 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의사소통의 방향은 내가 아닌 상대방을 향해 있다는 것을 명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