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약초콜릿 Dec 29. 2019

3. 거짓말에 속는 편이 속편해

 살아오면서 수없이 거짓말을 해봤다.

사기 치지 않았지만 때때로 내 기분에 따라 이익에 따라 거짓말을 활용했다. 나만 이랬던 건 아니라고 확신한다.


 우리가 직감적으로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늘어놓는 상대를 알아챌 수 있는 건 적어도 한 번은 나도 둘러댄 거짓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고도 속아주는 아량을 베풀기도 한다. 단, 선의의 거짓말이거나 크게 해가 될 것 같지 않은 경우들에 한해서다.


 나 자신도 부득이하게 거짓말을 해야 했던 상황들과 흡사할 때 말이다. 이처럼 타인의 거짓말의 윤리성을 구분할 근거는 개인의 경험 유무다.

내가 해봤고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면 허용 가능한 변명으로 대체되는 게 거짓말이지만 심각한 이익의 저해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마땅히 지탄받아야 한다.


 이익에는 반드시 금전적 요인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감정도 충분히 이익을 침범당하는 하나의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애국심, 팬심, 평정심, 기대감, 희망 등 고작 감정이 상했을 뿐이라며 쿨하게 넘길 수 없는 거짓말도 수두룩하다.


 여기서 또 한 가지 거짓말의 속성을 꼽자면 거짓말은 개인으로부터만 양산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념이나 단체, 혹은 계획과 다르게 복잡하게 꼬여가는 상황들이 거짓말처럼 거짓말이 되어가기도 한다.


 이러한 거짓말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공동체나 대중이 분출하는 공분이다. 공분은 효율적으로 거짓말을 응징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시위나 집회가 그 형태일 수 있다. 쉽게 말해, 거짓말은 상대의 공감을 불러올 수 없으면 저격 대상인 셈이다.


조지오웰 -출처 두산백과-


 거짓말에 속아 인생 전체를 몰수당한 인물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윈스턴이 생각난다.

윈스턴이 빅브라더가 지켜보는 세상의 진실을 깨닫게 된 때는 사랑에 빠져 체제에 대한 불복과 의심이 커진 뒤에 가능했다.

통제와 감시를 당연시했던 그가 지배층의 심장부에 다다르는 과정에서 우리는 온갖 거짓말을 발견할 수 있다.

1984를 통해 위에서 열거한 개인, 단체, 이념이 속삭이는 거짓말을 한 권의 소설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다는 게 행운일지 모른다.


 하지만 거짓과 위선에 녹아든 인생을 살고 있다면 아무리 사실 근거를 들이밀어도 그것이 거짓말로 보인다.

비록 속고 있어도 현재 누리는 삶에 만족하면 거짓말에 속는 편이 편안한 법일 테니.

매거진의 이전글 2. 왜 나의 연인이나 배우자는 바람을 피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