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일종의 취미활동과 비슷한 행위로 아무리 반복해도 질리거나 지치지 않는다. 게다가 흥미롭기까지 하다. 신상품이나 새로운 아이템을 구매하는 게 쇼핑의 본질일 것 같지만 의외로 이미 소유하고 있는 물품의 변형체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브랜드만 다른 식기 세트들, 색상이 다른 동일 의류, 아닐 걸 알면서도 광고에 혹해서 지갑을 연 쓸모없는 기타 등등의 물건들. 혹은 감정상의 이유로 물품이나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울적해서, 경쟁심에, 들떠서.
누군가는 행복하려고 쇼핑하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힘든 노동도 견디고 견뎌서 받은 월급으로 쇼핑하며 행복을 느끼지만 점점 그 행복도 작아진다며 푸념은 늘어간다. 자본주의와 낭만주의가 결합한 현실이 ‘당신은 지금 한자리에 정체되어 있다.
당장 어딘가로 떠나 새로운 경험을 쌓거나 새 상품을 구매해서 새롭게 나를 꾸며라!’라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몸을 맡기고 살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왜 가끔씩은 쇼핑에 대해 회의감이 들고 죄책감마저 생기는 것일까?
하물며 당장 수중에 가진 것이 부족하거나 현물조차 없어도 소비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기까지 하다. 일명 ‘당겨 쓰기’가 그 신공인데 신용카드나 대출을 이용하면 미래의 소득으로 지금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예상되는 소득이 적절한 시기에 손에 쥐어진다는 예단이 쇼핑을 가능하게 한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더 잡' 속 네드처럼 말이다.
네드는 잡지사의 잘 나가는 직원으로 우수한 영업실적으로 받게 될 연말 보너스를 사전에 계산해서 고급물품은 물론 여행 계획까지 세웠다. 보너스는 일정성과를 달성해야만 지급되는 조건부 소득이었음에도 소비를 방해하거나 미루는 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반드시 성과를 초과 달성해서 받기로 작정했으니까! 이미 써버려서 필요한 돈이었고 메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수단을 가리지 않을 테니 미래소득은 현재 수입과 동일했다.
하지만 네드의 뜻대로 흘러간다면 당연히 소설은 재미가 떨어질 것이다. 추측대로 네드에게 위기가 닥치고 절망적인 상황이 끝없이 펼쳐지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더잡 ㅡ출처. 밝은세상ㅡ
그런데 네드의 이야기를 마냥 소설로만 치부하기엔 너무나 현실을 투명하게 반사하고 있다.
그렇다.
투명하게 반사하느라 네드의 모습에서 나 자신과 비슷한 면을 발견하고도 무심하게 넘기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만약 당신이 즐겁게 쇼핑을 하는 와중에도 마음 한구석이 죄책감에 사로잡힌다면 아마도 수중의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불편일 수 있다. 예정 시일에 입금 될 급여나 기타 소득을 신뢰한 덕에 앞날의 행복을 당겨서 소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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