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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약초콜릿 Aug 01. 2021

10. 가보지 않은 길은 언제나 평화롭다.

 언제나 선택 앞에선 두 가지로 고민한다.


대학 진학, 쇼핑, 음식메뉴, 주택 구매에 이르기까지 양손에 하나씩 보기를 쥐고 어느 것을 고를지 심사숙고한다.


 선택하는 과정에서는 여러 개의 가능성 중 최적의 두 개를 꼽아 견주고 비교하고 저울질하며 즐거움과 고통을 동시에 느낀다. 간혹 서너 개로 선택사항이 늘기도 하지만 종국엔 묘하게도 끈질기게 두 개가 남는다. 여기서 진짜 고민과 갈등이 깊어진다.

'어느 것을 고를까요? 알아맞혀 보세요.'


어린애들이 유희로 부르는 노랫말에서도 선택 과정의 힘겨움이 드러난다. 또한 마치 내가 무엇을 선택할지 수수께끼 형식을 차용했지만 누가 대신 골라주길 원하는 마음이 녹아있다.


 선택의 피로를 덜고 싶은 건 애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요즘은 비대면으로도 타인의 생각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오히려 그들은 나의 신상을 세세히 알지 못하기에 더욱 객관적이고 적절하게 선택지를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니 본인이 앞으로 여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고르는 문제도 서슴지 않고 상담하려 애쓰는 것 아니겠는가.


타인의 구속과 강요는 부당하다 외치면서 왜 정작 철저하게 스스로 따져봐야 하는 문제는 남의 생각과 말에 그리도 흔들리는 걸까?


그들이 숙고하지는 않았어도 심사라도 한 끝에 꺼낸 답일 것 같아서인가?


어쩌면 당사자는 이렇게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저 남의 생각이 궁금할 뿐 결과적으로 선택을 내리는 것 바로 나 자신이라고 그러나 사람은 웬만해선 타인의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물며 늘 누군가 자신을 주목하리라 '오해' 하는데 남들의 객관을 무시하기는 더욱 어려운 법이다.


 여기서 오류 한 가지를 발견하는데 객관이라 여겼던 것도 결국 남의 주관에 지나지 않다는 점이다. 객관이란 것은 여럿의 주관이 우연히 일치하여 객관성을 띄는 정도에 지나지 않다.


만약 당신이 한의대와 치대 두 곳 가운데에서 진학을 고민하는 와중에 실제 어느 한 의사로부터 다음과 같은 조언을 구했다고 가정해보자.


'치대 진학이 훨씬 나을 것이다. 한의대는 학습량이 너무 과도해서 특정 분야에 집중이 가능한 치대 공부가 조금은 수월할 것이다. 이와 같은 조언에 치과 의사도 동의할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자신들의 학습량도 못지않게 넘쳐도 넘친다 하지 절대 만만하지 않다고 확신할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결정을 혼자서 장고 끝에 내릴 수도 없다. 분명 누군가와 합심하여 내려야 하는 결정은 있다. 하지만 어떠한 규칙과 협의 후에 내린 결정에도 자신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뒤따르고 자기 칭찬이나 후회는 남기 마련이다.


결과가 흡족하면 옳은 선택을 내린 자신이 뿌듯할 테고, 후회는 내렸던 결정의 결과에 불만하면 시작된다.


 다른 선택에 대한 가정으로 후회는 점점 커지고 걷잡지 못하 면 절망에까지 이른다. 급기야 더 이상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해 매사 타인의 생각과 기대에 의존한다.


 .혹자는 이러한 선택 피로와 선택 불능이 다양하고 수많은 정보들을 적합하게 수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비교하기에도 벅찬 선택지 중에서 어느 하나를 고른 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당연하다. 


 선택은 한정된 시간과 자원 안에서 최적을 뽑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시간과 자원이 무한하다면 (영원히 젊고 자본이 줄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직접 부딪히면 간단히 해결된다.)


선택은 어렵고 난해한 경로이므로 어쩌면 약간의 후회는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원했던 결과를 도출하지 못해 그때 놓쳤던 다른 선택의 길이 막연히 평화로웠을 것이란 환상도 그만 접어야 한다. 분명 당신의 선택은 최선과 최악 모두를 고려했을 불가피한 결정일 것이기 때문이다.



감독 피터 호윗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의 헨렌의 사소한 선택이 미래에 끼칠 크고 작 은 영향을 담은 이야기는 언제 보아도 흥미롭고 안타까운 여운이 길게 남는다.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 헨렌의 이후 두 갈래 선택에서 다르게 펼쳐질 앞날을 병행하며 전개되는 영화는 단지 로맨스 장르로만 치부하기엔 아깝다. 훨씬 심오하고 사소한 선택으로도 달라지는 삶의 여정은 심각한 고민을 던지기에도 충분하다



아주 약간의 시간차로 생긴 선택이 헨렌이 신뢰하고 진실로 알았던 현실에 금이 가 게 만듦으로써 이전의 삶과 작별하고 새롭고 당당하게 살길 바라는 관람객이 생기겠지만 마냥 물 흐르듯 흐르지도 않는 것이 인생임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옳은 선택을 내렸어도 또다시 그것과 관련한 선택지가 눈앞에 나타나고 그로 인해 어떻게 삶이 굴러가는지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긴장하고 이입하며 선택의 무게를 느껴보시길 바란다.


그전에 슬라이딩 도어즈를 관람할지에 대한 여부를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신중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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