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름 무기력이 조금 사라졌다. 글을 쓰고 한탄하니까 다시 괜찮아진 건가. 글을 쓰는 행위가 괜찮게 만드는 건지, 아니면 내가 무기력한 걸 인정하는 것이 괜찮게 만드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제도 새벽 늦게 잠이 들었고, 오늘도 새벽 3시가 돼서도 말짱하다. 저녁에 시켜놓은 마켓 컬리 장이 도착했다는 메시지도 지금 이 시간에 받았다. 새벽 배송이 나에게 딱히 새벽 배송은 아닌 느낌이다. 남들은 자고 있는 시간에 배송되고 또 그걸 아침에 정리하지만 나는 대부분 배송되는 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거 같다. 못하고 있다? 는 좀 안 맞는 말인 것 같기도. 자의로 이 새벽을 즐기고 있으니까.
하던 일을 멈추고 오늘은 진짜 오랜만에 집 밖의 풍경을 구경했다. 새벽 2시와 3시의 풍경은 좀 생소했다. 집 앞에는 큰 교차로? 가 있어서 주말이면 이쪽에 있는 꼬리를 문 차들이 다른 쪽의 차들의 차도를 막아 클락션이 울리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것 때문에 늦잠을 못 잔 적도 있으니까. 근데 새벽 3시의 풍경에는 가지런히 여유롭게 가는 정말 몇 대없는 차들만 있을 뿐이다. 모든 일들이 끝난 뒤 뒷정리를 하는 무대를 보는 기분이랄까. 뭔가가 빽빽하지 않고 여유롭게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이 안정감을 준다. 예전에는 뭐가 그리 불안했는지 뭐든 쟁여놓으려고 하고, 서랍에 꽉 채우려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적당히 있을 때 소량의 물건을 사는 게 좋다. 빽빽한 것보다 공백이 있는 것들이 좋다.
무튼 새벽 3시에 자전거를 타고 있는 분도 발견했다. 어쩌다가 3시에 자전거를 타러 나오셨나요? 불러 세워서 좀 물어보고 싶구나. 생각해보니까 나는 진짜 궁금한 게 많은 사람인 거 같기도 하네. 갑자기 쉬는 시간에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양동근의 어깨 노래 영상을 봤다. 아 나 이 노래 좋아했는데..? 가사가 정말 좋았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와서 뒷문으로 등장하는 그의 당당한 모습과 무대가 기억에 남아서 더 좋게 남았던 노래였다. 오랜만에 들으니까 귀에 좀 박히는 가사가 많은데, 이 가사가 특히 좋다.
멍들어 퍼런 심장 구멍 난 가슴 가슴이 아픈 건 너무 빨리 뛰어서 그래
숨이 차오는 건 갑자기 멈춰서 그래 일단 거기서 나와 걸어 볼래
네가 신던 신발을 신어볼게 니 발이 얼마나 아팠는지 들어봐.
의식의 흐름으로 쓴 오늘의 끄적임. 마켓 컬리 장 본 거 정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