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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민정 Dec 15. 2022

요즘 일기

요즘은 읽는 것 보다 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어제는 처음 쓴 엽편소설을 수강생들 앞에서 합평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이 촘촘하고 꼼꼼하게 쓰는 성향이라 독자가 흐름을 잘 따라갈 수 있게 쓰는게 장점이라고 해주셨다. 쓰면서도 잘 안풀렸던 감정이 폭팔하기 전 장면을 선생님도 여러가지 첨언을 해주셔서 좋았다. 다른 분들 글을 보면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것만 보여서 자신감이 떨어지는 편인데..잘하는걸 더 잘하려고 해야겠다. 어디에서나 그 건 정말 중요하다. 잘하는 걸 더 잘하게.


최근에 그래도 완독한 책은 천선란 작가님 랑과 나의 사막. 쩡찌 작가님의 땅콩일기. 랑과 나의 사막은 좋긴했지만 천개의 파랑을 너무 좋아해서..쬐끔아쉽긴했다. 거의 작가님 작품 뽀개기하는 중인데 다음에는 나인을 읽어봐야겠다. 노랜드도 사실 요즘 쓰면서 자주 생각난다. 천선란 작가님 세계는 내가 가지지도 쓰지도 못하는 것들이라 늘 탐난다. 땅콩일기는 이전에도 말했지만..시 같다. 전면에 깔린 감정이 슬픔. 우울인 만화책이 있었던가. 땅콩일기밖에 없지 않을까? 그래서 더 특별하고 마음이 간다. 땅콩일기 2도 사야지. 최근에 임경선 작가님 호텔이야기를 밀리에서 9화까지 읽었는데 전체를 다 읽고싶다. 잔잔하지만 계속 읽게 만드는 글은 어떻게 쓰는건지 궁금하다.


다시 쓰기로 넘어가서, 다섯장 쓴 원고를 퇴고를 한번 하려고 했는데 브레이크를 거는 느낌이라 이틀째 미루고 있다. 이럴바에 초고를 다 먼저쓰는게 답이라는 생각에 그냥 쓸 작정..근데 쓰면서도 너무 잔잔하고 재미없는게 스스로 느껴지는게 이게 맞나..? 다음주면 이 걸 합평받아야하는데..지금부터 벌써 수업 빠지는 상상하고 있는 나. 아무튼 쓰러 나가자..


22.11.30



오늘은 글을 남겨야지라고 집오는 길에 생각했다. 도수치료를 받고 더 날뛰는 날개뼈와 목의 통증이 너무 심해서 아침에 누워서 소설을 읽었다. 그러다 친구가 걱정됐지만 연락을 못했고, 그러다 밥을 챙겨먹었다. 목이 너무 아파서 요가도 못가고 글도 못읽고 못쓰다가 오기가 생겨서 어제 중고서점에서 산 단편소설 하나를 읽었다. 생각보다 감정을 많이 뺏기는 글이라 읽기가 더뎠고 쬐끔 눈물이 났다. 오늘은 내가 쓴 소설 합평하는 날이라 일찍 서둘렀다. 버스에서 멍때리는데 갑자기 읽은 소설이 생각나고 노래는 슬프고 눈물이 날뻔 하다가 흘리진 않았다. 그래도 걱정되는 친구한테 고민하다 연락을 했다. 그 친구는 생각해보면 내가 힘들 때 먼저 연락한 거 같은데 나는 그런적이 없었던거 같아서 미안했다.


아무튼 카페에 가서 다른 분들 소설을 읽는데 갑자기 내 글이 생각났다. 부끄럽진 않았다. 내 글을 비교할 수 없을정도의 글이라서..ㅎ 글을 읽는데도 계속되는 뒷목 통증때문에글보다 목에 신경이 쏠렸다. 이러다 내가 좋아하는 읽기나 쓰기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글 쓸 때 비문증때문에 침대에 누워서 천장만 본 적도 있었는데 나는 뭐 대단한 거 쓸것도 아닌데 몸이 이런가 싶어서 쫌 서러워졌다. 도수치료 선생님이 몸의 긴장도도 마음의 긴장도도 많이 높아서 피로도가 엄청 높을 거라고 했지만..


아무튼 수업에 갔는데 선생님이 이번주 네분 문장력이 거의 서로의 뺨을 번갈아가면서 치는 격이라고 하셔서 괜히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내 소설 합평해주실 때 5페이지 전체가 좋다고 읽어주셔서 또 부끄러워짐..그치만 뿌듯. 다른분이 직업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그렇게 쓰시냐고 질문해주셨는데, 그냥 제가 경험한 거라서요..하는 도움안되는 답변을 드렸다. 사실 소설인데 나는 거의 에세이를 쓰고 있는 격이라 뭐라 드릴말이 없었다. 경험하지 않은 건 진짜 잘 못쓰는 편이다. 그게 엄청 티나는지 허구로 꾸민 배경을 선생님이 바로 알아차리셔서..쫌 슬펐다. 아무튼 소설 쓰기가 오랜 꿈이었는데 한발자국은 갔나 싶기도 하고 오늘은 기분이 요상하다. 일단 소설은 이만하고 급한일이 있어 이력서랑 포트폴리오를 손봐야 할 때..두서없이 썼는데 안쓰면 지금 마음이 날아갈까봐 오늘은 써놔야지..오늘 마음은 이상하게 축축하다 정말.

2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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