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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Oct 08. 2019

몸으로 익히는 정치

캐나다 정치 교육의 현장

“엄마는 이번 선거에 어떤 정당을 뽑을 거야?” 하굣길에 6학년인 둘째 아이가 내게 물었다.


“나는 NDP(신민주당)를 뽑을 거야. 오늘 학교에 후보자들이 와서 교장선생님이 여러 가지 질문을 했는데, 환경 문제랑 이민 문제에 대한 NDP 후보자의 대답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 People’s Party(국민당)는 마음에 안 들어. 지구 온난화 현상을 믿지 않는대. 동성애자들 결혼도 반대하고.”




2019년 10월 21일은 ‘캐나다 연방 선거일’이다.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후보자들이 둘째가 다니는 학교를 방문해 정책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것이다.


2시간 동안 교장 선생님이 환경, 이민, 세금, 동성결혼, 복지, 일자리 창출 등 여러 사안에 대해 질문을 하고, 각 정당의 후보자들은 그에 대한 당의 정책과 실천 방안을 학생들에게 설명한 것이다. 학생들은 각 정당의 정책 설명을 듣고 모의 투표를 하며 민주주의와 선거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것이다. 살아있는 정치 교육이다.  


캐나다의 정부 형태는 의원 내각제로 상원과 하원의원으로 구성된다. 4년마다 국민투표를 통해 하원의원을 선출하고, 수상과 내각의 추천으로 상원의원이 선출된다. 하원의원 선거에 승리한 다수당이 정부를 구성하고 당수가 수상(Prime Minister)이 된다.



캐나다의 주요 정당은 보수당(Conservative Party), 자유당(Liberal Party), 신민주당(New Democratic Party), 녹색당(Green Party), 국민당(People’s Party: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우익입니다), 퀘벡 블록(퀘벡주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지역주의 정당입니다)이다. 현재 캐나다 정부의 수반은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라는 인물로 자유당(Liberal Party)의 당수다.


캐나다 연방 선거일을 앞두고 각 정당의 선거 운동이 한창이다. 이 과정에서 캐나다 선거와 한국 선거의 차이점이 눈에 띈다. 바로 ‘이념 논쟁’이 없다는 것이다. 각 정당은 색깔이 아닌 ‘정책’으로 경쟁을 한다.


예를 들면, 최근 앨버타주와 브리티시 콜럼비아주를 관통하는 송유관 사업 문제로 시민들 간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환경문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신민주당과 녹색당은 환경 파괴의 가능성이 있는 이 사업의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면에 보수당과 자유당은 이 사업이 지역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사업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약속 했다. 그러나 보수당과 자유당, 두 당 사이에도 입장 차이가 있다. 보수당은 송유관 사업의 성공과 더불어 환경세까지 축소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고, 자유당은 사업이 성공하면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과정에서 좌파, 우파라는 단어는 들리지 않는다.(물론, 선거 운동 중 서로를 비방하고 힐난하기도 한다.) 정당은 이념이 아닌 정책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밝히고, 유권자는 자신의 가치관과 이익에 부합하는 정당을 선택해 투표할 뿐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 과정을 직접 체험한 것이다.어른들과 달리, 경제적 이익은 학생들의 선택 기준이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올바른’ 사회을 만드는 것이 최고의 가치인 것이다.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며 민주주의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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