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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릭 Sep 13. 2020

물고기 마음

무지개 물고기 ⓒ 1호
점성학에서 물고기자리는 황도 12궁 중에서 제12궁으로서, 약 2월 19일에서 3월 20일까지의 기간을 관장한다. '끈으로 묶여 있는 2마리의 물고기'라는 표현은 아프로디테와 에로스가 티폰이라는 괴물을 피하기 위해 강으로 뛰어들었을 때 이들이 물고기로 변했다는, 혹은 2마리의 물고기가 이들을 안전하게 태워주었다는 그리스 신화와 관련이 있다.


출처 : 다음 백과


별자리별 운세를 열심히 찾아보던 날들이 있었다. 별자리별 성격에도 많은 의미를 부여했던 날들도 있었다. 그런데 대체로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제는 별자리별 운세 같은 건 들춰보지 않는다. 그럴 시간에는 포털 사이트의 뉴스를 훑어보거나 끊임없이 글과 이미지가 밀려오고 또 밀려오는 소셜미디어 피드를 들여다본다. 직업상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때론 '이게 뭐하는 거지?' 싶다. 어제는 늦잠을 잔 뒤 부스스한 기색으로 동네 마트 한 번 다녀오고, 주례행사(=청소)를 마치고는 침대에 다시 널부러졌다. 손가락은 자연스레 스마트폰으로 갔고, 엄지손가락은 거듭 새로고침만 눌러댔다. 안되겠다는 생각에 'Social media' 폴더 안에 있던 앱을 꾹 눌렀다. '설치 삭제' 앞에 순간 멈칫하다 페이스북부터 지웠다. 트위터도, 브런치도, 그리고 인스타그램도 지웠다.


별자리별 운세 등을 들여다보던 날들의 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믿지 않으면서도, 무언가 믿을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매일 떠도는 마음 아니었을까.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하다.


나름 꿈을 이룬 운좋은 사람 중 하나가 됐지만, 삶은 늘 그렇듯 어렵다. 넘쳐나는 뉴스와 걍팍한 일상, 그 틈바구니에서 안달복달하는 마음 속에서 나는 깔깔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도 무뎌지고 있다. 그래서 몇몇 앱들을 지웠다. 일단 일주일 동안은 버텨볼 생각이다. 삶의 속도를, 여백을 얼마나 만들어줄지는 모르겠지만, 멀리 나아가게 만들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잠깐 잠깐은 물고기처럼 일상을 내 뜻대로 헤엄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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