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2
어린시절, 차를 타면 언제나 해가 나를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젠가 세일러문 정도의 마법소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생각을 계속 한다면
중증의 과대망상 판정을 받기 딱 좋을 것이다.
그래도 나이를 먹으면,
악의 무리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영웅은 아닐지라도
어딘가 특별한 어른이 되어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평범한 어른으로 자라났다.
화려한 삶도 아니며, 무한의 자유를 누리지도 않는다.
여전히 소고기는 마음껏 사 먹기 어렵고,
좁은 생활 반경 속에서 멋없는 일상은 반복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평범한 어른 중에 한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지점,
어린 시절 내가 품었던 이상을 떠나보내는 지점
어른의 사춘기는 그 지점에서 오는 게 아닐까.
물론 그 순간이 슬프고 씁쓸하기는 하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환상과 기대감에서 벗어나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존재로서 자신의 삶을 꾸리는 것,
어른의 숙제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앞으로 세일러문이 돼서 지구를 구할 일도,
소로본 대학의 교수가 될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나의 동창들이 내 소식을 듣고
배가 아파 복통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친척들이 가문의 영광이라며 나를 우러러 보는 일도 아니다.
대신 내겐 쓰고 싶은 글이 있고,
조금 더 잘 해보고 싶은 그림과 디자인 일이 있다.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고,
수영을 배워서 바다에서 마음껏 시간을 보내고 싶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며 나의 세계를 확장하고 싶다.
내 삶에는 많은 제약이 있고, 보장된 것은 없지만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삶에도 허락된 많은 것들이 있다.
어른의 사춘기는 자신의 평범함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채울 수 있을 때 종결되는 것이며
우리는 그 순간
진짜 어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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