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쿄. 3박 4일 여행기
첫 번째 도쿄는 친구들과 아무런 계획 없이 비행기와 숙박만 예약하고 떠났다. 공항에서 여행 책 하나 사서 당일의 여행은 그 전날 밤에 정했다. 그야말로 즉흥여행.
이번 두 번째 도쿄는 엄마, 이모와 함께이니 최소한의 동선으로 어르신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일정이 필요했다. 미리 예약 및 맛집 리스트를 정리하고 나름의 인솔자(?) 역할을 하다 보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더 보이기도 했고.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인사이트 트립'은 아니었지만, 돌아다니며 관찰해보니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다!
그렇게 적어 내리는, 나의 3박 4일 도쿄 포인트
나의 여행은 그 도시 사람들의 기운에 따라 분위기가 결정되는 편이다. 이번 여정에서는 다니면서 피해를 주지 않고 많이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은 위축되어 있었다. 배려받은 만큼 나 또한 피해를 주면 안 되기 때문에 '스미마셍'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쉽지 않았다.
한 번은 나오는 사람이 우선이기 때문에 문을 잡고 기다렸는데, 뒤에 있는 사람의 동선이 꼬여서인지 환멸 하는 듯한 눈빛을 보았다. 살면서 몇 번 지어보지 못하고 보지도 못한 표정이었다. 살짝 식은땀이 났다.
에피소드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테지만.. 전반적으로 그들의 친절과 배려는 타인의 경계를 보호 해 주기보다는 자신의 경계를 지키겠다는 것이 더 느껴졌다. 눈치를 보느라 사시가 되는 줄 알았다.. 아, 파란 눈 노란 머리에게는 정말 친절한 곳임에는 분명했다. 나는 그곳에서 살기는 어렵겠구나...
한편, 배려의 문화가 있는 곳이어서인지 세세한 곳에서도 디테일이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따뜻한 물수건, 1인용 간장 패키지, 소금을 덜 수 있는 아주 작은 스푼(귀이개 아님), 거울 옆 작은 우산 걸이, 매너모드가 가능한 좌변기 등. 정말 세심한 부분이 살아있는 느낌.
우리는 흔히 지하철에서 걸음이 느린 사람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는데, 도쿄의 지하철에서는 걸으면서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훨씬 적었던 것 같다. 확실한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 아주 재빠르게 움직였다.
한국에서 스타필드와 같은 복합 공간에 가야 애기들이 많았는데, 도쿄에서는 대중교통을 함께 이용하는 영유아 어린이들이 많았다. 특히 앳되어 보이는 엄마가 머리며 옷이며 스타일리시하게 꾸미고 아이를 안고 다니는 모습을 자주 봤는데, 인상 깊었다.
생각보다 길에 자동차가 많이 없었다. 내가 서울에서 주거하는 지역이나 회사도 서울에서 차가 가장 많은 지역에 살아서 일수도 있겠지만. 버스를 이용해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교통체증을 느끼진 못했다.
택시 유리가 마치 창문조차 없는 것처럼 깨끗하고 투명했다. 기사님이 어디를 보고 있고 안에 누가 타고 있었는지도 쉽게 보였다. 기사님들이 모두 양복차림이었다. 시부야 근처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택시 기사들도 안내하는 모습도 되게 프로페셔널해 보였다. 택시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것은 다시 봐도 신기하다. 차가 조심스럽게 정차하고 내가 '초대'받는 느낌.
물론 우리나라 편의점도 PB브랜드들이 많아져서 다양한 식음료를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일본의 편의점은 갈 때마다 정말 최고라고 느낀다. 이번에는 반조림 생선도 봤다! 세븐일레븐과 아사히가 컬래버레이션한 세븐일레븐 PB브랜드 맥주도 맛있었다. 숙소 근처에 로손이 없어서 롤을 하나밖에 먹지 못해 아쉬웠다. T.T
도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오오에도 온천에 재방문했는데, 온천 안에서도 몸만 씻고 얼굴 화장을 지우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덕분에 그들만의 특유 포인트인 양쪽 볼의 블러셔가 더 발그레 해 졌다. 유카타를 입고 가슴을 풀어헤치고 팔자 걸음으로 걷는 내 또래 남자들을 여럿 봤다. 그들 나름의 남성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려나.
9. 서점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CD와 DVD! 시부야 츠타야 서점에서는 책보다는 CD와 DVD층이 더 많았다. 서점에서 책이 아닌 다른 렌털을 해주는 것도 흥미롭기도 했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CD와 DVD로 즐긴다는 것도 재밌었다. 그리고 가장 꼭대기 층에는 Bar도 있었다. 서점이 복합문화공간으로서 활용되는 듯 했다. 트와이스로 장식된 세션도 너무 반가웠다.
10. 영어가 많이 없다
일본은 외래어를 가타카나로 표현하니 영어가 더 적게 사용된다고 느꼈을 수도 있지만, 호텔의 리모컨, 물을 끓이는 보온 주전자, 그리고 작은 공기청정기도 사용하기 위해서는 구글 번역기가 필수였다. 그들만의 영어발음도 귀엽고 금새 적응됐다.
11. 식도락 최고
너무 달거나 짠 음식이 많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전반적으로 후쿠오카보다는 입맛에 맞았다.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도 '으음~!' 외마디를 외치며 야무지게 잘 먹었다. 입맛이 조금 까다로운 어르신들을 모시고 다니기에도 어렵지 않았다. '음식으로 장난치지 않는다.'는데 도쿄도 진짜였다.
몸의 '각'이라고 할까나. 절도 있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서서 먹는 고베규 바에서도, 지하철의 안내원들도 교통 요원들도 몸에 그들만에 '각'이 있었고 자기 일에 충실히 집중하더라.
사실 뉴욕에 갔을 때에도 그들의 불친절함 그리고 차별적인 행동으로 마음이 상한 적이 더러 있었다. 나의 짧은 4일 일정으로 도쿄를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나의 도쿄는 이렇게 기억될 것 같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에게 서울은 어떤 도시일까?
가까운 듯 먼 나라. 먼 나라이자 이웃나라. 도쿄의 3박 4일 여행기. 끝.
신선함은 익숙한 것을 또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여행이 좋고, My city 서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