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는 안되고 Highfive Of Teenagers는 되는 이유
사실 나는 H.O.T(에이치오티)의 엄청난 팬은 아니었지만, 무한도전 토토가의 함성소리를 들었을 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느꼈다. 청량한 추억은 물론 K-pop과 팬덤 문화를 생성해 낸 최초의 1세대 아이돌이기에 그들의 콘서트 소식을 손꼽아 기다린 것은 비단 나뿐이 아니리라. 그런데 H.O.T 콘서트에서 H.O.T를 쓸 수 없다는데.. 브랜드에 가장 중요한 상표권 관련 시각으로 이 서운한 마음을 위로한다.
상표는 영어로 Brand이고 브랜드의 '상표'(Brand)의 어원은 소나 말 등의 목축 물에 화인(火印)하는 노르웨이의 고어'brandr'로부터 유래했다고 한다(특허청 참고). 어떤 이들은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 전략, 고객 경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라고도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예쁘고 특별한 브랜드라 하더라도 그 이름의 출원과 소유 여부에 따라 브랜드의 존폐가 결정되기 때문에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감히 '상표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상표권은 영리 목적으로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인데 국가별로 상표 권법이 있기도 하지만, 글로벌리 활용되는 브랜드 네임은 보통 마드리드 의정서에 기반한 출원이 진행된다. 국내든 국외든 서비스, 물품이 사용되는 곳에 따라 '류'를 나누고 그리고 '유사 상품군'까지 등록이 필요할 때가 있다. '글자'가 상표를 대표할 수 있지만, 때로는 식별력(로고, 쉽게 말해 그림)을 통해 그 글자가 힘을 받기도 한다.
다시 H.O.T의 콘서트로 돌아와 보자. 손꼽아 기다리는 콘서트가 오는 10월 중순 열린다. 하지만 포스터나 커뮤니케이션 메세지 어디에서도 H.O.T 이 다섯 글자는 전혀 보이지 않고 Highfive of Teenagers라는 문구가 대신하고 있다.
그 이유는 H.O.T의 재결합을 알리고 콘서트 소식이 들리자 마자 H.O.T의 상표권(Brand)을 갖고 있는 당시의 연예기획자 김모씨가 전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상표권 검색 프로그램 마크써치를 통해 확인을 해 보니 영문 상표는 'H.O.T'가 등록되어 있다. 소유주를 대신해서 해당 상표를 사용하는 것은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김모씨는 'H.O.T'만 소유하고 있을 뿐, 'High-five of Teenagers'의 상표권은 현재 소속사인 에스엠엔터테인먼트가 관련 상표권 출원을 진행해 최종 심사를 대기하고 있다. 이미 '등록'이 완료된 상표권에 대해서는 소유자가 상표권의 모든 지위를 갖는다. 하지만, 아직 등록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출원'된 상황이라면 심사가 완료 되기 이전에 해당 상표를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상표권은 여러가지 규칙과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마 아닐 것이다. 우선 'H.O.T'의 '.'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애당초 에이치오티는 우리가 '에이치오티'라고 후천적인 교육을 통해 발음해와서 그렇지 식별되는 그 단어 자체는 '핫(Hot)'이다. 이 단어에서 직관적으로 연상되는 이미지는 트렌디한, 뜨거운, 활발한, 열정, 레드, 불 등이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더 많은 이미지가 연상될 수도 있다. 아마 기획자는 이 연상을 의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표권 세계에서는 '핫(Hot)'과 같은 누구나 쓸 수 있는 쉬운 단어는 개인이 이를 소유할 수 없도록 제지하고 있다. 때문에 상표권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가운데 '.'을 통해 상표권을 획들 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유사한 사례로는 동서식품의 티오피(T.O.P)가 있다. 티오피도 탑(TOP)은 누구나 알고 있는 단어이지만 이를 '.'과 한글명 '티오피'와 함께 상표권을 등록했다.
'.'을 치차 하더라도 그는 심볼 또한 등록 해 두었다. 다른 브랜드와는 한눈에 다르게 보일 수 있는 '식별력'을 위해서 일 것이다. 그리고 이 심볼을 연상케하는 유사한 형태가 H.O.T 콘서트 메인 포스터에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한 때는 'H.O.T'와 함께 'High-Five of Teenagers'라는 태그라인을 나란히 썼다. 하지만 그는 이 태그라인을 등록 해 두진 않았다. '.'에 식별력까지 신경 썼지만 오직 'H.O.T'만을 출원했다.
추론 해 보자면, 눈앞의 이익을 좇기 위해 이 태그라인이 훗날 어떻게 사용될지 간과한 것이다(럭키). 얼마나 상표권에 대해 무지 했고 이익을 위한 급한 결정인지 알수 있는 모습이다. 참고로 H.O.T 이후에 데뷔를 한 수많은 아이돌은 에스엠엔터테인먼트가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소유자의 허락 없이는 혹은 그가 요구하는 로열티 없이는 사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합의가 있지 않고서 무단(무단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고 싶었지만. ㅜ.ㅜ) 사용할 경우 상표권 소유자는 소송을 할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수익 분배를 해야만 한다. 한편, 소유자가 'H.O.T'를 실제로 '사용'한 적은 없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 상표의 권리를 뺏어올 가능성도 있다.
로열티 관련 한 예로, LG생활건강의 리엔이라는 샴푸 브랜드가 코웨이의 리엔케이라는 브랜드에 상표권 침해 당했다며 관련 오랜 기간 소송을 진행해왔다. 결국 LG생활건강에서는 코웨이가 리엔케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도록 하고, 그들의 수익 의의 일부를 로열티로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름 하나 만들어주세요'라는 고객사의 요청이 실제 살아 숨 쉬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버벌 리스트는 수천 개의 발상을 한다. 하지만 상표권 검색을 통과할 수 있는 몇십 개의 후보안 뿐이다. 결과만 보는 고객사 입장에서는 '고작 이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정-말 소중한 아이들이다.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나보다 먼저' 생각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고작 이것'이라는 생각은 정말 슬프다.
이번 H.O.T의 콘서트에서 상호 협의 이전에는 지적재산권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그를 통해 또 수익을 창출하긴 어렵겠지만, 어쨌거나 H.O.T 멤버 다섯 명이 다시 모인 것만으로도 충분한 대표성을 갖고, 모두를 감동시킬 수 있고, 또 상표권 소유주의 셈(?)이 뻔히 보이기 때문에 굳이 합의가 필요할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미 H.O.T는 그들이 만들어온 그들만의 이름과 명성이 있다.
'법대로 해!'가 억울한 시점. 모쪼록 더 성공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