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문화가 사라진 시대, 어떻게 배울 것인가
사회 초년생 때에는 회사의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크고 작은 조직에서 아래에서의 위로 바텀업으로 진행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 존재하는 수많은 것들을 모두 공론화하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추가해서 나름의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늘 좋은 방식만은 아닙니다.
특히 우리가 사기업을 다닌다면 더더군다나요. 가족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에도 결정해야할 수많은 상황들에 대해서 여행 계획의 테마가 있어야 하는 것 처럼, 조직에서 이러한 테마를 정하는 것은 바로 대표님이십니다.
1) 스타트업의 조직과 규모형태라면?
대부분의 사소한 것들 또한 창업주이자 기업인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대표님의 의사결정으로 진행되는 건들이 많습니다. 혹은 대표님의 페르소나를 똑 닮은 원년 구성원들이 마치 똑 닮은 클론인 경우도 있지요.
본인의 의사결정대로 하고 싶어 보통의 안정적인 회사를 박차고 나오신, 이 어려운 산업에 도전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이제는 암기까지하고 하고 새 조직에 적응해야 합니다.
2)열심히 성장하는 조직이라면?
대부분이 이 상황에 속해있지만, 이 때엔 이 사업화를 위해 돈을 창출해 내는 팀이 어디인지가 중요합니다.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수익화가 실현이 되는지, 조금은 짧은 속도로 테스트와 릴리즈를 거치는 것인지, 크리에이티브를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콘텐츠가 필요한 것인지 등이요.
그리고 우리의 대표님이 어느 조직에서의 커리어를 시작으로 현재 자리에 있는지를 이해한다면 회사의 돌아가는 면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본디 본인이 겪은 만큼의 경험을 토대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개발자 출신의 대표님이신지 전략팀 출신이신지에 따라 구성원의 문화가 다른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3)IPO를 준비중이거나 상장을 한 회사라면?
재무팀과 CFO의 역할이 중요하고 이제는 구성원 외에도 외부의 잠재/현재 주주들이 중요합니다. 이사회는 물론이고요. 이럴 경우 기업 브랜드가 중요할 것이고요. 기업에 리스크가 되는 사항은 무엇인지, 그 리스크가 어떻게 대비되고 있는지 파악해 보고 나의 조직 혹은 구성원들이 어떻게 프로세스에 따라 움직여가는지에 대한 파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IR Call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속적인 주가 상승의 목표가 있고, 매 분기별 경영 공시가 있다면 더욱이요. 외국계 기업의 지사라면, 본사의 성향이 주요한 내용이겠지요?
이러한 뉘앙스는 새로운 조직에 가기 전에 파악해 보는 것이 사실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향성입니다. 핏이 맞을지 안맞을지는 미리 파악해 보는것이 더 옳은 결정을 할 수 있으니까요.
대표님이 창업주이자 현재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인이시라면 외부 미디어와 함께 진행하신 인터뷰, 매거진, 강연, 유튜브 출연 등이 있는지 파악해 보세요. 생각만큼 외부로 향하는 중요한 이야기는 자주 바뀌지 않기에, 어떠한 철학을 갖고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지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생각해 보시고 그의 마음을 먼저 읽어보세요.
대표님을 포함한 의사결정 방식은 쉽게는 규모로 구분해 볼 수 있지만 앞선 분류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흘러가는 흐름을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쉽게 말해 사내 문화, 사내 정치를 이해해야 합니다.
일례로 제가 컨설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을 당시는 한창 스타트업의 붐이 있을 때라, 이전의 흐름에서 물음표를 던지고 새롭게 도전한다는 것이 매우 긍정적인 해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회사는 각 구성원의 페르소나를 대표하는 가상의 캐릭터를 통해 이 조직문화에 더 몰입하게 했는데, 저는 창립 n주년 기념행사에서 제가 잠시 종교행사에 왔나 하는 생각도 어렴풋 들었습니다. 좋은 의미도 나쁜 의미도 아니고, 무언가 맹렬한 하나에 꽂혀있는 분위기었습니다.
그리고 그전에는 논리로서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더 나아가 카리스마로 제압해야 할 일이 있었지만, 새로운 곳은 이성적인 판단보다 can-do spirit 이 중요하기에 일단 하고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이야기 하길 좋아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의 주장을 강력하게 말하는 것은 페르소나에 벗어나는 행동이었지요.
컨설팅에서 더 높은 확률의 옳은 방향성을 차근히 설명해 왔기에, 어차피 안될 걸 아는데 이걸 이렇게까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요.
그러나, 이러한 의문점은 세 달, 네 달 지나다 보니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흑자전환을 고대하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많은 그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한 마음으로 모여 하나씩 부딪히면서 실패를 경험한다는 자체가 누군가에겐 이 회사의 잠재 성장 동력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여태 고민했던 거부감은 이해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크고 작은 회의에서도 소통 과정에서도 '그래 나는 000의 일원이니까'라고 생각하니, 나름대로의 의사결정의 원칙이 생기니 구성원끼리도 싸움이나 파벌 자체가 없는 편이었습니다. 사내 문화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내용이 좀 길었습니다만, 우리 조직의 상황과 대표님의 성향을 이해하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분위기를 읽는 촉각이 적응하기에 꼭 필요한 역량인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이해하고 나만의 것으로 습득하는 것이 나를 더 편하게 한다는 것을요.
사람들이 모여 그린 그림에 이야기를 했으니, 다음엔 회사 내의 소통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오늘의 요약
1. 새로운 조직에선 대표와 의사결정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2. 성장 단계, 상장 여부 등 회사 규모와 맥락에 따라 문화와 힘의 축이 달라진다
3. 대표의 커리어 배경과 외부 인터뷰를 살펴보면 조직의 방향성과 분위기를 더 잘 읽을 수 있다
4. 사내 문화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며, 이해하려는 태도가 곧 적응의 핵심이다
5. 결국 조직의 맥락을 알고 나만의 원칙을 세우는 것이 나를 더 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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