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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왜 자꾸 복잡해질까

'간단하게 00 해주세요'의 진짜 의미

by 린인

IP와 플랫폼이 모두 있는 조직에서의 일입니다. 우리 플랫폼 내에서 '프로필 소개 영역을 수정 부탁드려요'라고 했더니 프로필 사진과 소개글을 바꾸는 담당자가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외부 SNS 채널은 또 다른 부서가 맡고 있었고요.(!!!)


그런데 이건 단순히 우리 회사만의 예외적인 사례는 아니었고, 여러 동기와 선배들의 사례를 들어보니 대부분의 규모감이 있는 기업은 조직 내부의 기능 중심으로 구분한다는 것이 공통적이었어요.


잠시 눕자


보이지 않는 지도 읽기

조직 구조에 따라 일의 중심과 기획의 쓰임이 달라집니다. 브랜드와 마케팅, 디자인 부서로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마케팅 본부 안에 디자인팀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마케팅 프로모션이 중심이 되고, 이를 잘 알릴 수 있는 디자인을 수행하는 것이 디자인팀의 주요 역할이 됩니다.


반면 디자인팀 안에 브랜드팀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디자인 역량이 중심이 되는 조직에서 브랜드팀에는 전략적 사고와 실행 능력이 더욱 요구될 수 있습니다.


마케팅팀과 IMC팀이 나뉘어 있는 경우에는 제품 단위의 세분화된 프로모션과 대고객 중심의 캠페인 운영 주체가 서로 다르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커뮤니케이션)팀과 IMC팀이 나뉘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지털 매체만을 담당하는 광고나 SNS 운영팀과 대중 중심의 광고 캠페인 운영 주체가 다르기도 하고, 다루는 주제나 목표 자체가 완전히 다를 수도 있습니다.


BX 혹은 CX팀과 디자인팀이 구분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고객 접점의 서비스 경험 전반을 기획하는 팀과 제품이나 기업 브랜드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팀이 나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위와 같은 구분이 각 회사마다 규정하는 대로 룰이 되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모두 비슷한 업무를 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같은 팀으로 보이더라도 내부에선 전혀 다르게 기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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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이 복잡해지는 이유

이러한 팀 간 구분은 각 회사가 규정한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나뉘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모두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 내부에서는 전혀 다르게 기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간단하게 기획해 줘요' 같은 말들은 실제로 일을 굴려보면 중간에 여러 장벽이 있을 수밖에 없지요. 예산이 있다거나 옆 팀이 해야 했던 일이었다거나 결정권자가 생각보다 많다거나 의견을 들어야 하는 팀이 많다거나 하는 난관을 맞이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므로 완전히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혹은 새롭게 합류한 직후라면 이러한 내부 구조를 최대한 빠르게 파악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는 주변 친구의 친구, 선배의 선배까지 연결해 가볍게라도 알아보는 것이 나의 결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같은 뷰 다른 느낌처럼 같은 일 다른 느낌이 있다


일 잘 굴리기

조직 내부에서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일을 진척시키면서 쉽게 굴러가게 하려면 무언가 치트키가 필요합니다. 나만의 점검 포인트말이죠. 아래는 제가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들입니다.


1. 돈을 벌어오는 프로젝트인가, 쓰는 프로젝트인가?

조직에서 자원과 우선순위는 대부분 여기에 따라 움직입니다. 벌어온다면 얼마를 써서 벌어올지, 그 비중은 전체에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보고. 쓴다면 얼마를 어떻게 잘 써야 할지 상한선이 있을지 체크합니다.


2. 이 프로젝트에 이해관계가 있는 팀은 어디일까?
“이건 저희 팀에서 도와드리기 어렵습니다”라는 말이나 “수정 필요합니다“는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니 상처받지 않기로 합니다. 대신 사전에 그 팀에서 온전히 생각할만한 필요 시간, 리소스를 생각해 타이밍을 조율합니다.


3. 지금 내가 설득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에 따라 지금 소통하는 분이 우리 팀장님인지, 옆팀의 실무자인지 혹은 최종 의사결정자 인지에 따라 설득의 자료와 톤앤매너가 달라야 합니다.


4. 이 일을 마무리할 수 있는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누구인가?
사소한 결정마다의 그 끝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파악합니다. 그리고 그분의 일정과 그분의 머릿속에 이 프로젝트의 우선순위에 따라 일의 속도가 결정됩니다.


5. 모든 것이 마무리되는 일정과 전반적인 타임라인은?
Q4와 연계해 파악해 봅니다. 내 기획에 쏟는 시간보다 한마디 던진 옵션을 다시 검토하는데 더 시간이 걸립니다. 이건 언제까지 결정이 되어야 하는지 마지막 마감일(last due date) 기준으로 전반적인 일정을 조정합니다.




간단하게 일하던 출장지에서 어느날


간단해 보이던 내 일이 어려워진 이유를 조직 구조 관점에서 설명해 봤습니다. 결국 기획은 나의 손끝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중요한 예산이나 리소스, 업무 분장의 방향은 결국 그 조직의 구조와 연관이 깊습니다.


그렇기에 일을 시작하기 전, '이 일이 어떤 흐름을 지나야 하는지'를 먼저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조직도보다 중요한 건 결국, ‘일의 흐름도(flow)’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00 해주세요’는 ‘이 모든 것을 포함해 알아보기 알아서 잘 정리해 나에게 어서 빨리 가져오라’는 의미였습니다.


오늘의 질문

1. 돈을 벌어오는 프로젝트인가, 쓰는 프로젝트인가?
2. 이 프로젝트에 이해관계가 있는 팀은 어디일까?
3. 지금 내가 설득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4. 이 일을 마무리할 수 있는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누구인가?
5. 모든 것이 마무리되는 일정과 전반적인 타임라인은?


오늘의 요약

1. 조직 구조에 따라 같은 ‘기획’이라도 팀별 역할과 쓰임이 달라진다
2. 회사에서 '간단하게 해주세요'는 없다
3. 새 조직에 합류했다면 돈의 흐름, 이해관계자, 설득 대상, 최종 결정권자, 전체 타임라인을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4. 조직도보다 중요한 건 결국 일의 흐름도(flow)를 읽는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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