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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만 소통하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할 때

by 린인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화로 주문하는게 쑥스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사람과 사람 간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아도 되는 채널이 더 많아지다 보니 많은 것들이 편리해졌습니다. 가족, 친구들과도 대부분 메신저를 이용하고 이모티콘도 적재적소로 활용하다 보니 글이 더 익숙하고 편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글로만 소통하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들이 있는데, 디지털로의 소통은 빠르고 편하지만 자칫하면 오해를 살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나의 어조와 문맥이 생략되기가 쉽시에 글 이면까지 이해 될 수 있도록 오히려 더 섬세하고 신중해야 합니다.



글 소통의 에티켓 101 : 업무 메신저

지금 저의 회사는 대부분의 소통을 업무 메신저 슬랙(Slack) 혹은 구글 드라이브의 댓글로 합니다. 가끔 외부 파트너사는 카톡으로 대화하기도 하는데요. 어떤 날을 슬랙으로 하루종일 소통하다보면 수신한 메일을 하루종일 읽지 못하고 오후 늦게나 되어 체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메세지 하나 받았을 뿐인데, 아직 대답도 안했지만 내가 무언가 언짢은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은 있으셨을 겁니다. 글을 전달하는 것은 대화를 하는 방식만큼이나 개인의 성향마다 다르기때문에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수는 없지만. 나도 상대도 편안해야 진행이 되는 적절한 수준의 대화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합니다. 가장 많이 활용하는 업무 메신저의 기본적인 에티켓을 설명해 봅니다.


혼자 있게 해주세요


1. 인사말은 필수

처음 메신저를 보내게되면 "슬랙으로 처음 인사드린다. 나는 누구입니다"를 시작으로 하고 본론을 이야기 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요구하는 뉘앙스를 줄인다면 상대도 좀 더 유한 마음으로 대응을 해 주십니다. 이건 우리의 실무 연차가 아닌, 직책자들에게도 하고싶은 이야기이지만 바쁘다고 본론만 이야기 하는 것은.. 저는 개인적으로 유치원을 다시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내가 그 자리에 올랐을때 그런 사람들에게 느꼈던 감정을 되물림하지는 맙시다.)



2. 인사하면서 왜 연락했는지를 알려주세요

가끔 어떤 분들은 그냥 "안녕하세요 린인님"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런 분들은 상대가 대답할 수 있는 환경일 때에 내가 말을 하는게 적절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실텐데 '아닙니다.' 면대면이 아닌 메신저라는 도구를 활용하는 것도 지금 즉시 대답을 하기 어려운 상대에게 추후에라도 대답할 수 있는 시간을 열어둘 수 있는 선택권은 배려의 마음입니다.



3. 어떤 배경으로 물어보는지 알려주세요

나는 어떤 업무 배경으로 너의 답이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장치입니다. 가령 '맛집 추천좀' 보다는 '내가 소개팅을 하려고 하는데 괜찮은 장소있어?'라고 했을 때에 더 많은 맥락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것 처럼 주변정보를 제공할 때 더 적합한 답변을 받을 수 있습니다. '00프로젝트와 연계해 공식 홈페이지 내 문구 수정건으로 담당자분을 찾고 있는데 혹시 00팀에서 진행 중이신지 확인 부탁드려도 될까요?' 로 이야기 한다면, 세분화된 업무 중에서 딱 적합한 사람을 더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4. 공손하게 물어봐주세요

나는 준비된 상태에서 슬랙을 보내지만 받는 입장에서는 밥을 먹고있을수도, 화장실일수도, 출근중일수도 있습니다. 회사에서의 메신저는 대부분이 부탁 혹은 요청이기 때문에 상대의 바운더리를 지켜주는 언어를 통해 서로 존중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상대의 빠른 답변을 기대해보세요.



5. 그렇다고 너무 저자세일 필요는 없습니다.

구구절절 설명이 길어질수록 어떤 것이 언제까지 필요한지 파악이 어렵고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공적인 장소에서 만난 만큼 나의 존중감도 챙겨주세요.


면은 면인데 다르다 대화도 마찬가지다


6. 적절하게 이모티콘을 활용합니다

슬랙에는 여러 이모지가 있습니다. 여기서 이모지는 프로필과 말투로는 알 수 없는 우리 대화의 뉘앙스와 비언어적인 표정을 대신해줍니다. 신기하게도 친밀한 팀일수록 이모지를 직접 만들어 서로 소통하는 데에 활용하는 것은 그만큼 비언어적인 언어가 친밀감을 보여주는 장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대화는 프로페셔널 하게하되, 감사나 공감에는 이모지 하나 달아둔다면 공기가 달라집니다.



7. 글은 남겨지는 데이터라는 것을 인지합니다

말로서의 표현은 기분과 뉘앙스를 남긴다면 글은 우리의 저장장치에 남게 됩니다. 어떤 내용이든 모든것이 기록된다는 것은 업무 메신저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이 말의 뜻은 회사에서 이슈가 생겼을 경우 보안팀 혹은 요구사항으로 나의 메신저를 들여다볼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누군가의 험담 혹은 매우 감정적인 표현은 다른 채널을 활용하세요. 그러나, 상대가 나를 이렇게 대할 경우엔 역으로 그 내용을 기록해두어야 겠지요?



8. 내가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있습니다.

일상에서도 메신저 활용이 너무 일상화 되어있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저녁사이 야근하다 생각난 일은 아침에 예약 메세지를 남겨두고, 시간의 바운더리를 지켜주세요. '업무 집중시간'이 있다면 그 시각을 활용해주시고, 그 외 시간의 컨택은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9. (중요) 여러 채널을 적재적소에 활용합니다.

일이 많아지가보면 대화방도 너무 여럿이 생기게 되어 분리를 가끔 잊곤 합니다. 무언가 나의 언급으로 상대가 불편해지는 상황이 생긴다면, 채널을 좁혀서 DM을 하거나 유선 통화를 하는 것이 현명하게 풀어가는 방법입니다.



같은 햇빛을 받아도 건물마다 다르다



모든 대화 방도 물리적인 공간입니다

브랜드 매니저의 역할로 한창 런칭을 준비중이던 때였습니다.


당시에 온라인 캠페인을 담당하시던 분이 따로 계셔 팀별 업무가 분할되어 있었는데요. 그런데 런칭 1주일 전인데 아직 부킹형 광고 콘텐츠(소재)가 완성이 안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00님 프로모션이 곧 진행되어야 하는데 아직 디지털 캠페인 소재를 못 받았다고 하시는데요. 혹시 진척사항 확인 부탁드려도 될까요?”라고 하니, 답변이 없으셨고 팀장님이 다음날 101을 하자고 하셨습니다.


팀장님은 제 편을 드셨지만 그 팀에서 공식적으로 언급이 있었으니 어쩔 수 없이 전달은 해야 한다며, 모두가 있는 곳에서 업무에 관련된 것을 공격적으로 물어보았다고 주의를 주셨습니다. ‘공격적이라니..’ 글이라는 것이 사람의 기분과 뉘앙스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 여기 일하러 온 것 인데 왜 내가 거기까지 신경써야 하나 하는 억울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백을 갖고 생각해 보니 그곳은 can-do spirit처럼 치고 나가는 속도전이 아닌 리스크를 덜어내는 의사결정이 중요한 구조였습니다. 대부분의 일이 크리에이티브와 관련되어 있고 팀별로 매우 세분화, 전문화되어 있었습니다. '모두가 있는 장소에서 나에게 이렇게 공격적으로 말을 한다고?'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대화방에서 모두가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함께하면 그곳은 물리적인 장소가 됩니다. 따로 논의 필요한 사항은 그 이후에는 채널을 나누어서 DM을 하고 결정된 사항이나, 좋은 이야기는 단체방을 활용 했던 것 같습니다. 런칭도 잘 마치고 시간이 좀 지났을 때에는 서로 예민했다며 웃으며 사건은 일단락 되었지만 같은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최근에도 의식적으로 노력하고는 있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이메일 소통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이메일로의 업무 진행도 앞선 업무 메신저와 유사하지만, 이전 메세지가 위에서 아래가 아닌 이전 메일이 아래에서 위로 쌓이는 UI/UX 인 경우도 있으니, 이런 부분만 잘 고려하면 될 것 같습니다.



1. 참조도 읽으세요

그리고 이메일은 '참조' 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는 내 역량이 허락한다면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참조'는 "너가 이 정보를 들여다봐도 된다"는 뜻이기때문에 "제 수신이 아닌데요?" 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되려 업무의 역량이 낮아보이게끔합니다.



2. 수신인은 정확하게

한편으로는 그 사람이 반드시 봐야 한다면 이메일을 시작에 00팀 ㅁㅁ님 안녕하세요. ㅂㅂ팀 ㅎㅎ입니다. 라고 수신인을 꼭 짚어서 이야기하면 상대방이 수많은 정보들 중에 선별적으로 나의 이름을 선택하게끔 하는 유용한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수신인과 참조인을 잘 정돈해서 보내는 것도 잊지 않도록 해요. 언제는 수신인 순서로 핀잔을 들었던 적도 있기는 합니다. 약간의 정치적 뉘앙스가 있다는 것을 몰랐던 순진한 양 한마리였지요. 안보는 것 같아도 다 보니 그저 습관화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제목, 중요합니다

가끔은 제목이 곧 내용인 (제곧내)처럼 쓰시기도 하는데요. 문장형이든 ~의 건 이라고 쓰든 정해져있기보다는 각 팀과 회사의 문화를 따르면 됩니다. 그래도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제목만 보아도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알게끔하는게 핵심이라는 것이지요.



4. 대화창처럼 쓰는 경우

가끔 경영진 분들은 메일 본문에 단도직입적으로 바로 답변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지금 당장 해결되어야 하는 시급성있는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 적당히 공적인 공간을 두기위해 메신저가 아닌 메일을 활용한다고 봐주시면 되는데요. 그냥 그런 사례도 있나보다 하면 됩니다.




오늘의 요약

1. 글 소통은 빠르지만 오해를 만들기 쉽다. 그래서 더 섬세하고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2. 업무 메신저에서는 인사, 배경 설명, 공손한 표현, 적절한 이모티콘, 시간 존중이 기본 중 기본 에티켓
3. 대화방도 물리적 공간처럼 작동한다. 민감한 질문은 DM, 좋은 소식은 공개 채널을 활용하자
4. 이메일에서는 참조와 수신인을 정확히 구분하고, 제목만으로도 내용을 알 수 있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5. 모든 글은 데이터로 남는다. 감정적 표현은 삼가고, 기록이 필요한 내용은 남겨두는 습관을 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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