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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람 Feb 17. 2021

강제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

작아도 있을 건 다 있던 첫 고시원 생활

대외 활동을 통해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싶어 서울로 올라온 지 6개월 차. 그때의 나는 평소 동경하던 망원동 쉐어 하우스에 살고 있었다. 한강 공원이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쉐어 하우스라니. 늘 내가 꿈꿔왔던 라이프다. 하지만, 무엇이든 상상과 현실은 다른 법. 쉐어 하우스에서의 삶이 내가 상상하던 것과 달랐으며, 대외 활동 모임이 강남에서 많이 이뤄졌기에 매달 나가는 교통비에 월세까지 감당하려니 버거워졌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고시원이었다. 내 머릿속 고시원은 TV에서 보던 좁은 방에 화장실은 공용이었는데,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방 안에 화장실이 있는 방도 있고, 꽤나 쾌적한 곳들이 많았다. 강남에서 모임이 자주 이루어지다 보니 처음에는 강남 인근의 고시원을 알아보았으나 너무 비싸서 서울 전역으로 범위를 넓혔다. 근데 웬걸? 내가 원하는 방 컨디션(방 안에 화장실이 있으며, 창문이 있는 방)은 가격이 다 비슷했다. 그래서 결국 강남에 있는 고시원으로 결정했다.


지금껏 살아 본 원룸, 쉐어 하우스 중에서 가장 작은 방이었기에 처음에는 '내가 이 방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왜냐하면, 방 정리 안 하기로 유명한 나였기 때문이다. 나는 맥시멈 라이프를 즐기면 즐겼지,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스타일이 전혀 아니었다. 그렇지만 사람은 환경에 적응한다고 하지 않던가. 나도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겠거니 하고 고시원을 계약했다.


내 방은 작은 옷장 하나, 미니 냉장고 하나, 작은 TV 하나, 싱글 침대 하나로만 되어 있기 때문에 쉐어 하우스에 살기 위해 가져온 짐은 다 집으로 보내고 최소한의 것들만 가져왔다. 옷도 그 계절에 입을 옷 몇 벌, 책도 좋아하는 책만 몇 권. 작은 캐리어 하나에 짐을 담아서 입실했다.


챙겨온 짐을 하나 둘 정리해 보니 어느덧 옷장, 책장이 가득 차 버렸다. 가져온 짐들이 많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가득 차다니. 새삼 이 방이 작다는 걸 느꼈다. 그래도 가져온 짐들을 말끔히 정리하고 나니 나만의 작은 공간이 생긴 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체구가 작아 내 몸에 꼭 맞는 침대까지. 작은 공간이 주는 아늑함에 '이 작은 공간에서 미니멀 라이프로 어떻게 살아가지?'하는 걱정도 싹 사라졌다. 그래, 뭐! 미니멀 라이프, 될 대로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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