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자기기를 끊은 24시간 동안 벌어진 일
우리는 스스로 모르는 사이 특정한 것에 중독되어 있다. 커피, 담배, 설탕, 소셜미디어, 스마트폰, 술 등 다양하다. 가끔씩 일주일간 커피 끊기, 일주일간 탄수화물, 설탕 끊기 등을 해오긴 했다. 탄수화물과 설탕을 끊었던 건 다이어트 때문이었고, 커피나 술을 끊었던 건 특정 이유는 없지만 내가 중독된걸 스스로 끊을 수 있고 통제 가능하다는 것을 나 스스로 자각하기 위해서? 였던 것 같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내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끊은 적은 없었다. 자연으로 여행을 갈 때도, 웰네스 리조트로 힐링을 할 때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기 일수였고, 휴식시간마저 아 이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다 담아서 인스타그램에 올려야지 라는 생각뿐....;; 그래서 급한 일이 없을만한 공휴일 하루를 잡고, 이 날은 디지털 디톡스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나를 업무에서, 인스타그램에서, 주변에 오는 모든 연락에서 해방시키고 온전한 자유와 휴식을 주는 단 하루.
아침 7시경 눈이 떠졌다.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체크하는 행동은 과감히 던져버리고, 침대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향했다. 점점 밝아오는 하늘을 보면서 스트레칭하고, 햇살을 마음껏 쬐기. 심바가 좋아하는 공놀이해주고, 계속 미뤄왔던 묵주기도를 시작했다. 매일 에버노트로 쓰는 아침 일기는 물론 손글씨 일기로 대체. 안 쓰던 손글씨를 쓰려니 문장으로 안 쓰고, Bullet Point로 간단하게 갈겨쓰기... 일기의 주제는 당연히 오늘 모할지에 대한 투두 리스트였다. 스마트폰과 랩탑 거기에 넷플릭스까지 있으면 시간이 금방 가지만, 모든 전자기기를 끊고, 외부와의 약속을 안 잡은 날의 challenge는 바로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였다. 그날 손글씨로 삐둘빼둘 적어놓은 투두 리스트는 다음과 같았다.
1. 옷장 정리하기
2. 홈오피스 청소하기
3. 점심, 저녁 식사는 직접 요리하기
4. 피아노 치기
5. 킨들, 아이패드가 아닌 종이로 된 책 읽기
6. 복싱
7. 심바 데리고 산책 나가기
8. 마리나 베이나 오차드 가서 쇼핑하기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디지털 디톡스 데이는 의외로 할만했다.
우선 스마트폰을 안 봐도 된다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하기까지 했다. 다음날 확인해 본 메시지 중 업무 관련 연락이 몇몇 있었는데 굳이 공휴일에 확인해서 답변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들이었다. 예전에는 무의식적으로 공휴일이던 밤이던 업무연락에 열심히 답변했는데, 오히려 자잘한 것들로 나의 휴식시간을 방해하는 행동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마트폰과 랩탑 TV를 끊는 순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몇 배가 된다. 우리도 모르게 인스타그램을 스크롤링할 때마다, 시간별로 이메일을 체크할 때마다, 유튜브를 몇 번 볼 때마다 몇 시간이 훅훅 지나간다. 이 시간을 잡아먹는 행동을 제거함으로써, 퀄리티 타임을 얻게 된다.
몇 년 전에 사서 읽었던 종이책을 지금 다시 읽는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읽혔고, 다른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자주는 못하겠지만, 한두 달에 한 번쯤은 나에게 온전한 휴식을 주기 위해 해 볼 만한 것 같다. 풀데이가 어렵다면, 잠들기 전 3-4시간 정도 디지털 디톡스를 갖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