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의 외모와 염색샴푸에 대한 철학적 고찰
'모다모다'와 '청담스타일' 새치염색샴푸
남자의 외모의 변화에는 여러 갈래길이 있다. 시작점은 비슷하다. 잘생기건 못생기건 키가 크건 작건 간에 젊은 남자는 외로운 늑대처럼 당당하고, 원시 행성처럼 신선하고 뜨거우며, 모노리스처럼 단단하게 빛난다. 세월이 흐르면서 남자는 변용한다. 특히 중년의 후기에 들어서면 남자는 다른 계절을 맞는 산처럼 외모가 송두리째 변한다.
첫 번째 길로 들어서서 달라진 남자의 외모는 표피가 번들거리고 건드리면 끈적거리는 액체가 묻어날 것 같은 하마다. 두 번째 길로 들어선 남자의 외모는 쭈글거리며 강한 혐오의 향을 풍기는 하이에나다. 남자가 세 번째 길로 들어선다면 활력도 매력도 사라진 나무늘보가 된다. 네 번째 길로 들어서야 비로소 늠름한 갈기로 뒤덮인, 그렇지만 평화를 지향하는 사자의 모습이 되는데, 불행히도 젊은이들이 장악한 인스타그래머블한 세상에서 네 번째 길로 들어선 중년 남자의 모습은 그리 자주 보이지 않는다. 그곳에는 빛나는 청춘으로만 가득하고, 가끔 틈새나 구석진 곳에 얼룩과도 같이 하마, 하이에나, 나무늘보들이 눈에 띌 뿐이다. 이삼십 대의 젊은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늠름하고 평화로운 사자의 모습을 한 중년을 유니콘이라도 되는 양 믿지 않기 때문이다. '영 피프티' 같은 말에 내장을 뒤집을 듯 사나운 혐오반응을 보이고, 중년 이상의 남성을 꼰대와 동일시하는 강한 선입견을 가진 것을 보면 그렇다.
티브이에서 볼 수 있는 나이를 먹지 않는 꽃중년들, 이를테면 나와 동갑인 이정재나, 중년 연애예능 '끝사랑'의 출연진과 같은 사람들은 어떤 부류인가? 그들은 갈래길에 도달하지 않았다. 몸을 대상으로 한 갖은 종류의 방부제 도포와 리모델링 공사, 또는 운동이라는 이름의 안티에이징 활동 등을 통해 변용의 문을 아직 거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무자비한 여왕인 시간이 명하는 노화의 숙명을 결국 받아들여야 한다.
장황하게 중년 이상 남성들의 외모를 분류해 봤지만, 이는 젊은 미디어가 만들어 낸 중년 남성의 전형을 희화화하고 단순화한 것에 불과하다. 나는 MBTI의 인격 분류를 그리 신뢰하지 않는데, 전형성의 과도한 고착화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위에서 언급한 네 동물들은 중년 남성의 모습에 대한 과도한 단순화이며, 특정 연령대의 좁은 시야각 안에서 왜곡된 이미지일 뿐이다. 천 명의 중년 남성이 있다면, 천 개의 퍼스널리티와 천 개의 얼굴이 있다. 그 각자의 얼굴은 반세기를 살아오는 동안 겪었던 무수한 희로애락의 경험들이 퇴적되거나 풍화되어 조형된 것이지, 하마나 하이에나 또는 나무늘보의 DNA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발현된 것이 아니다. 그들의 모습은 멀티디멘션 스펙트럼 공간 중 어딘가에 배타적으로 위치한 유일성을 가진 아이덴티티며, 챗지피티조차도 다룰 수 없을 만큼 무수한 매개변수로 표현되어야 하는 복잡계다. 똑같은 모습으로 출시된 청바지가 세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물이 빠지고 천조직이 해지면서 이른바 '빈티지'성을 갖게 되는 것처럼, 중년의 모습도 그러한 까닭에 예술적이 되고, 다시 말해 아름다워진다.
그렇다면 나는 왜 '모다모다'와 같은 새치염색샴푸를 사용해 왔는가? 그리고 엊그제 '2세대 모다모다'가 거품을 품으며 마지막 남은 진액을 토해낸 후, 왜 나는 모다모다보다 더 효과 좋다고 동네 헤어디렉터(요즘에는 헤어디자이너란 말보다 헤어디렉터란 말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그 역시 이 말을 쓰므로, 그를 존중하기 위해 선택한 단어다)가 권한 '청담스타일 포레스트 블랙체인지' 샴푸 구매 버튼을 부랴부랴 누르게 되었는가? 그리고 어제 처음 사용하고 나서 강한 빛 아래에서만 살짝 느껴지는 2% 더 진한 검정색에도 감격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대부분 '빈티지'로 인정받아 고가로 거래되기에는 너무나 평범한 '중고'들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심지어 내 모습이 멋스러운 갈기를 가진 사자와 같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100미터 거리에서 보면 멋진 그들이지만 50센티미터 지근거리에서 보면 누더기 걸레와 같은 갈기에 실망(물론 실망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사자가 입을 벌리기 전까지)하기 마련이다. '당근'에 물건을 내놓기 전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는 것과 동일한 이유로, 나는 '모다모다'를 써 왔고, 앞으로, 적어도 당분간은, '청담스타일'을 써서 머리를 감을 것이다.
* 커버 이미지 출처: 청담스타일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