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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의 이방인 Dec 13. 2021

그래도 크리스마스 마켓

2G와 함께하는 독일의 연말

참 종잡을 수가 없다. 11월 중순까지만 해도 상황이 나아지는 듯싶더니만 오미크론이라는 변종 때문에 다시 상황이 변해버렸다. 내가 살고 있는 브레멘과 니더작센 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높고 확진자 수가 적어서 예정대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지만, 백신 접종률이 낮고 확진자 수가 많은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역은 어쩔 수 없이 올해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취소되었다. 이번에는 남편과 함께 12월 말에 2주 동안 한국에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오미크론 때문에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가 다시 시행되어서 한국행도 취소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고심하다가 결정한 한국행인데 올해도 이래저래 참 다사다난한 해인 듯하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어둡고 우중충한 독일의 겨울과 심심하고 단조로운 독일 생활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작년에 락다운으로 아무것도 없었을 때는 정말 우울감이 말도 못 했는데, 올해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밝고 들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마켓에도 2G가 적용이 되어서 마켓 내에서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시려면 체크 포인트에서 백신 접종 완료 혹은 코로나 완치를 증명한 후 확인을 받아야 한다. 확인을 받고 나면 팔에 밴드를 채워줘서 어디든 들어가서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취식 장소에서는 마스크를 벗기 때문에 다른 상점들과 분리해두는 도시도 있지만 분리되지 않은 곳들도 있어 조심스럽기도 했다.


옆도시 함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과 상점들은 대부분 2G였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어두운 겨울밤을 밝혀줄 다양한 크리스마스 조명과 공예품, 아이들을 위한 회전목마 같은 놀이기구, 지역 특산품 등 다양한 물건을 판매한다. 아기자기한 공예품을 구경하는 건 언제나 재미있어서 마켓이 열리는 내내 계속 크리스마스 마켓을 기웃거리게 된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건 해마다 바뀌는 예쁜 컵에 담긴 따뜻한 글뤼바인(Glühwein)을 마시는 일이다. 보통 컵에 2~3유로 정도의 보증금이 포함되어 있어서 마시고 난 후 반납하면 돈을 돌려받는데, 컵이 마음에 들면 보증금을 받지 않고 가져가도 된다. 그래서 매년 크리스마스 마켓의 컵을 모으는 사람들은 마시고 그냥 컵을 가져가기도 한다. 난 아직 컵을 모아보진 않았지만 도시마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돌아다니면서 예쁜 크리스마스 컵을 모으는 것도 나름 소소한 행복일 것 같다.

겨울을 화려하게 밝히는 크리스마스 마켓의 풍경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크리스마스 마켓과 마트에 쫙 깔리는 음식이 있는데 바로 슈톨렌(Stollen)과 레브쿠헨(Lebkuchen)이다. 작년 이맘때쯤 마트에 갔다가 슈톨렌을 사서 먹었는데 깜짝 놀랐다.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건과일이 징그러울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가 있어서. 그리고 너무 달아서. 그 이후로 슈톨렌을 멀리 하다가 올해는 건과일이 들어가지 않은 슈톨렌을 구입해 먹어보았는데 여전히 달긴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뻑뻑한 식감이라 먹을만했다. 꾸덕하고 묵직한 식감이라 얇게 썰어서 조금씩 먹으며 커피, 홍차, 와인과도 잘 어울리는 풍미라고 한다. 레브쿠헨은 진저 쿠키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먹기 전부터 생강을 포함한 향신료 향이 강하게 난다. 쿠키이지만 폭신폭신한 케이크 같은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역시나 달달해서 한 번에 많이 먹기는 어렵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는 바로 이탈리아의 판도로(Pandoro)이다. 판도로는 이탈리아 친구를 만나러 밀라노에 갔을 때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밀라노를 떠날 때 큰 판도로를 하나 사들고 돌아갔었다. 캐리어에 들어가지도 않아서 판도로를 들고 공항 검색대를 통과했던 기억이 난다. 같이 들어있는 하얀 설탕 가루를 넣고 흔들어서 먹으면 말 그대로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정말 이탈리아는 음식이 다 너무너무 맛있어서 여행 갈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핀란드에 있을 때는 판도로를 파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고 찾았어도 가격이 비쌌는데, 독일에 오니 마트에 깔려있고 가격도 5유로 정도로 저렴해서 겨울에는 빼놓지 않고 먹는 디저트이다.

독일 전통 디저트인 슈톨렌, 레브쿠헨, 그리고 내 사랑 판도로 (사진 출처: Pinterest).

이렇게 독일에서의 두 번째 해가 저물고 있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며 기분이 좋아지다가도 연말에 가족과 한국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수월했던 핀란드와는 다르게 얘네는 대체 왜 이럴까?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떠오르게 하는 독일이라는 나라에 그래도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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