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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요 Mar 01. 2021

재봉틀

이 빛 지음



백화점 신사복, 숙녀복 코너에는 부티rich富가 나는 옷들이 대부분이다. 옷을 사는 그들은 이곳에서 산다는 자체만으로 부富촌에 대한 소속감을 느낄 것이다.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고 있는 2020년 1월말 현재 백화점에서 유일하게 매출이 수직으로 상승하는 코너가 명품관이라고 한다는 데 이것은 ‘소속감’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의 층層에 언제 입점한 점포인진 모르겠으나 수작업을 하기 위한 재봉틀을 가진 곳이 있었다. 지나가다 보고 나 빛은 저절로 발걸음을 멈췄다. 구매하기 위해 멈춘 게 아니라서 나 빛한테 가벼운 인사말을 던지는 점포 직원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L모’업체. 천연가죽 백을 수작업으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재봉틀을 보는 순간 나 빛의 지인이 사용하는 재봉틀이 생각났다. 빛의 지인은 지금도 재봉틀을 간간히 사용한다. 재봉틀이라고 하면 구닥다리라고 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지만 나 빛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작업실을 다른 곳에 두고 있는 게 아니라 백화점 내의 자신들의 점포에 두고 하는 것이었다.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것과는 크기와 모양이 달랐지만 백화점에서 수작업용 재봉틀을 보게 될 줄이야.

사진을 찍기 전에 직원들한테 명함이 있으면 한 장 받을 수 있냐고 물었고 작업 공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물으니 살짝 꺼리는 듯한 인상을 받긴 했는데, 찍으라고 하더라. 

압구정 아파트 건너편에 상권가가 있다. 그 안에는 평수가 10여 평 정도일 걸로 보이는 아파트도 있더라. 그 곳을 지나가다 우연히 옷 수선집을 봤다. 압구정이면 제법 부유한 동네인 걸로 아는데 바지 단추 한 개만 떨어져도 안 입고 버리는 사람이 더 많은 시대인데도 수선집이 있는 걸 보고 장사가 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매장이 5평이 조금 안 되었는데 내부가 보여서 지나가는 사람인 척하고 내부를 보니까 사장님이 한창 수선을 하고 계셨다. 수선집이니 당연히 재봉틀도 보였고. 백화점에서 본 것과 비교한다면 비교는 가정집용 재봉틀인 거 같았다. 옷이 찣어졌거나 단추가 떨어지면 그냥 버리지 않고 수선집에 맡기는 사람들이 있단 의미인데.

손가락 한 개라도 더 움직이고 손바닥 한 뼘이라도 더 움직여야 하는 재봉틀을 반갑게 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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