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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푸 Jan 28. 2023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미니멀라이프를 좋아합니다

9평 원룸에서 신혼을 시작했다. 결혼 전 혼자 살 목적으로 구한 집이 우리의 첫 신혼집이었는데 집도 원래 살던 집이었고,  혼수도 따로 채우지 않았다. 고장 나지 않은 멀쩡한 그 물건들을 구태여 버리고 싶지 않아서 그냥 썼다. 내 미니멀 라이프는 그렇게 시작됐다. 


좁은 집에서 남편과 둘이 살며 공간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을 때 다큐멘터리로 미니멀 라이프를 접하게 됐다. 

처음 미니멀 라이프를 접할 당시 정말 별천지였다. 물건 없이 산다는 게, 채우지 않고 비우면 산다는 게 멋져 보였다. 


그럼 검색이나 해볼까?


블로그와 유튜브를 보면서 정보를 수집했다. 

처음에는 물건을 비우고 간소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며 미니멀라이프를 배우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이 되니 미니멀라이프 영상을 보면서 갖고 싶은 물건들이 계속 생겨났다. 

그때의 나는 미니멀 인테리어와 미니멀 라이프를 혼동하고 있었다. 


아차차. 

이건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아니야.




나는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미니멀 라이프를 좋아한다. 

그래서 혼수 3 대장이라는 식기세척기, 건조기, 로봇청소기 중 건조기 한대만 중고로 얻어와 사용하고 있고, 신제품도 없다. 

자취할 때부터 쓰던 제품들을 쓰고 있어서 내가 가진 가전들은 자취를 시작했던 7년 전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신제품이 있으면 편하겠지만 멀쩡한 것들을 버리고 새 걸로 사지 않았다.

굳이 없어도 되는 건 없는 대로 산다. 

자취할때 구입한 빨간 밥솥
15년도 더 된 머그컵


그래서 내 살림은 디자인도 오래되고 촌스럽지만 모두 내 손때를 묻히며 가꿔온 것들이다.


살림은 예쁘지 않아도 된다. 

내 마음에, 내 손길에 익숙해지면 된다.

예쁘지 않아도 충분히 사랑할 수 있다.


작은 짐들을 줄이는 것도 미니멀 라이프지만 큰 짐들을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도 미니멀 라이프가 될 수 있다. 


쏟아지는 필수템들 사이에서(왜 요즘엔 꼭 갖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 많아졌을까?)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도 좋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다들 갖고 있다고 나도 갖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값 비싼 그릇도 없고, 값 비싼 가전제품들도 없지만 사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다.

그리고 그것들이 없다고 불행하지도 않다. 


처음엔 좁은 공간에 대한 갈증으로 시작된 미니멀 라이프가 햇수를 거듭하며 단순히 짐을 비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각의 변화까지 가져다주었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불행함보다 이미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과 만족감으로.


내 미니멀 라이프는 불편하다. 그리고 예쁘지도 않다.


그럼에도 내가 꾸준하게 미니멀 라이프를 하고 있는 이유는 내 살림을 내가 직접 꾸린다는 성취감과 채우는 데에는 한계가 없지만 비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 때문에 채워야 찾을 수 있는 행복보다 비워야 찾을 수 있는 행복이 더 크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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