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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규환 청약전쟁

끝까지 끝이 아니야

by 찬란


“여보! 여기야 여기!!”

“잠깐만 기다려!! 거기 서 있어 봐!!”

사람들이 꽉 들어찬 모델하우스. 나는 인파를 헤치고 아내를 찾았다. 아내는 모델하우스 한 구석에서 몸을 쫑긋 세우고 나를 찾고 있었다. 우리는 각자 회사에 반차를 내고 녹번역 모델하우스에 왔다. 추첨은 1시였다.

“여보, 오늘도 떨어지면, 이 아파트도 우리 손을 떠나게 되는거야.”

못해도 수 백명이 모델하우스에 모여 서 있었다. 이렇게 많은 인파는 오랫만이었다. 놀이공원도, 맛집 웨이팅도 아니었다. 우리를 포함해, 여기 서 있는 모두는 아파트를 분양 받기 위해 모였다. 시끄럽지는 않았지만, 숨막히는 긴장감이 흘렀다.

“지난 주에 당첨이 되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아내가 머쓱해하며 조용히 웃었다.

지난 주에 녹번역 아파트 청약 당첨 결과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우리 이름은 없었다. 세 번을 네 번을 확인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우리는 마주 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문자를 받았다.

“추가추첨 일정 안내”

줍줍 물량이 나왔고, 그 물량을 대상으로 재추첨을 한다고 했다. 우리는 그 물량을 얻기 위해 이 인파의 한 일원으로 이곳에 모였다.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이 물건을 잡아야 해. 추가 추첨에서 당첨되어야 해.

모두가 같은 것을 원하고 있었다.

모델하우스 안은 욕망의 열기가 이글이글거렸다.


“안녕하세요, 오늘 녹번역 래미안 추가추첨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총 35개 아파트입니다. 해당 물건은 최초당첨자께서 서류 미비나 또는 변심으로 계약을 파기한 물건으로…”

아내와 내가 받은 번호표를 확인했다.

아내는 424, 나는 425.

“계약 파기 물건들이니 향이나 층이 아주 좋지는 않을거야.”

“그 와중에도 괜찮은 아파트도 있을텐데, 그런 걸로 당첨되면 얼마나 좋을까.”

“잘 될거야. 여보.”

비장하게 우리는 두 손을 맞잡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침을 꿀떡 삼키는데 갑자기 옆에서 모르는 아주머님이 말을 걸어왔다. 화려한 화장에 진한 향수 냄새가 우리를 확 덮쳤다. 아주머님은 주변을 살피더니 우리에게 다가와 속삭이듯 말을 걸었다.

“저기, 두 분 신혼 부부지예?”

“네, 맞는데요?”

“우리가 번호표가 몇 장이 있는데. 한 10 장 정도, 요거 살 생각 없능가 해서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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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전략기획부문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 사고를 당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랑, 용기, 희망을 믿습니다. chanranfromyo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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