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그녀를 럭비공처럼 패스했다.
“자기 소개 한 번 해봐봐.”
“따지아 하오! 워 지아오 파인애플…”
삐그덕거리는 철제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다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노트를 내려놓으면 또 가물가물거렸다. 옆 침대의 룸메이트 언니도 상황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노트를 보았다가 다시 혼자 중얼 거렸다가를 반복했다. 룸메 언니는 한숨을 푹 쉬더니 담배에 불을 붙였다. 북경에서는 어딜 가나 담배 연기가 따라다녔다. 침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저기요, 한국인이시죠?”
“아, 네네. 안녕하세요?”
“새로 오셨구나, 저희는 고등학교때부터 와 있어요…”
레벨테스트 결과로 배정받은 <203>반 동기들은 국적이 다양했다. 20명 정도였는데 대부분은 한국인과 일본인, 러시아인이었다. 간간히 감초처럼 영국인과 독일인, 미국인 교환학생들이 있었다. 한국인들은 크게 두 부류였다.
한국인들끼리 몰려 다니는 이들,
그리고 혼자 다니거나 다른 국적의 친구들을 만드는 이들.
나는 후자가 될거야.
“나는 중국어를 공부하러 온 거지 친구를 만들러 온 게 아니야.”
매번 수업을 들으러 가는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다짐하며 중얼거렸다. 그 결심이 얼마나 유약한 것인지는 알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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