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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타 Jul 26. 2020

 외롭고 높고 소소한

자잘한 변주

  둘째가 묻는다. "엄마는 귀신을 만나면 어떻게 할 거야?"


   내가 말한다. "글쎄, 꼭 만나야 돼? 안 만나면 안될까."


  "어. 엄마가 귀신을 봤어."


  "무서워서 얼어버리겠지. 소리를 지르거나 주저 앉겠지. 너는?"


  "나는 귀신을 만나면 핸드폰을 켜달라고 한 다음에, 네, 제가 한 번 인터뷰 해보겠습니다, 할 거야.

 귀신을 인터뷰해서 유튜브에 올릴 거야. "


  이렇게 말하고 둘째는 유튜브 스타가 될 지도 모른다며 해맑게 웃었다. 둘째는 가끔 무언가를 먹을 때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먹는다. 찍지도 않는데.


  유투버를 꿈꾸는 둘째를 보며 시대가 바뀌었음을 느끼지만 내가 하려는 말은 그게 아니고, 귀신을 만난 둘째의 반응이 살짝 다르다는 .


  나도 좀 뭔가 살짝 다른 일상이라면 좋겠는데, 싶은 거다.


  재미 없음을 느낄 만큼 나날의 자잘한 일상이 감사하지만 재미 없는 건 재미 없는 거다. 솔직히 육아는 재미 없고 그게 주를 이루는 일상은 지루하다. 사소하고 작은 변주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결국 내 마음에 달려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나는 나름대로 게으른 인간.


  삶은 옥수수와 커피를 동시에 먹으니 좀 특이한 맛이 나는 것도 같지만 결국 삶은 옥수수와 커피 맛이 난다. 이런 게 변주일 수는 없잖아!!

  코로나로 집에 있는 둘째는 얘기를 만들며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틀어 격렬하게 춤을 추고 영화를 보고 인형놀이를 하고 레고를 하고 사이 사이 맛난 걸 먹으며-내가 보기엔-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데

  같은 공간에 있는 나는 왜 이럴까. 나의 즐거움이란 늘 같은 거,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풀을 깎고...누워서 쉬는 거...그리고 쉬는 거...쉬고만 싶다...무엇이 나를 지치게 하는 거야?


  코로나 속 일상, 비 오는 여름, 그 속의 그런 것들 속에서 힘을 낼 작은 동기들이 필요하다. 작은 변주가 필요해.


시가렛 애프터 섹스의 2집 cry 앨범커버. 사진/강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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