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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투리안 Jan 28. 2020

청년에게 바치는 힐링 영화 <성혜의 나라>

19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정형석 감독의 2번째 장편 영화 <성혜의 나라> 시사회에 다녀왔다. 나는 이 감독의 곤조가 마음에 든다. 곤조라는 단어는 어감이 좋지 않으니 배짱이라고 표현해야겠다. 본인이 하는 이야기의 핵심이 뭔지 아는 감독이고 그래서 배짱부릴 줄 아는 감독이라는 걸 진즉 알았지만 이번 작품은 감탄스럽다. 포스터도 예쁘다(전작 여수밤바다 보다 훨씬). 줄거리는 포스터 아래 발췌 글을 참고하시고, 1월 30일 개봉이니 영화는 직접 보시길.



줄거리

스물아홉 성혜의 일상은 고단하다. 대학 졸업후 대기업 인턴 사원으로 들어갔으나 성희롱을 당하고 회사에 항의를 했으나 묵살 당하자 인권위원회에 신고를 하고 회사를 나온 그녀는 다른 곳에 취업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 파트 타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아버지는 병원에 있고 식당 일을 하는 어머니는 곧잘 성혜에게 돈을 요구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남자친구는 무능한데다 눈치도 없다. 사방이 무심한 공기로 차 있는 숨쉬기 힘든 상황에서 묵묵히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성혜. 어느 날, 그녀 주변에 뜻밖의 일들이 하나 둘 생기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거금을 손에 쥐게 된다. 성혜는 그 돈으로 어떤 선택을 할까. (출처 : 전주국제영화제)


나는 영화 품평을 좋아하지 않지만 요 영화는 품평 좀 해야할 것 같다. 내가 감탄한 포인트를 정확하게 표현해준 분들의 글 일부를 옮겨 적겠다.


“결말은 이 시대에서 새롭게 담론되는 점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완전 영화적 결말을 벗어났다.” - 왓챠 관객평 (이동영)


“한국 독립영화계에서도 다른 유형의 전망이 싹트는 게 아닌가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 영화평론가 김영진 (전문)​ *** 경고! 영화 안본 분은 전문 읽지 마세요. 김영진 평론가 글이 담백하니 읽기 좋아 소장용으로 링크 걸어두니 나중에 필요하면 읽어보세요 ***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근래에 이 정도의 당대성을 가진 영화가 있었나? 많은 영화들이 사회 문제를 다루지만 대개 인물의 주변 환경에 그것을 녹여내는데서 끝을 낸다. 인물이 그러한 환경을 극복하거나 굴복하거나 둘 중 하나다. <성혜의 나라>도 비슷하다. 다른 게 있다면 결말인데, 그래서 성혜는 주변 환경을 극복한 건가? 굴복한 건가? 잠만, 우리 사회가 어떻게 흘러가고있는거지? 아니 수순을 밟고 있다고 봐야하나? 결말을 보고나면 별의 별 생각이 다든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청년 문제를 짚어왔다. 이제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우리는 (적어도 나는) 서서히 끓는 물에서 개구리가 죽는 줄도 모르고 있는 것처럼 청년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성혜의 나라>는 현 시대 청년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짚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뒤통수 치듯 보여준다. 정확히 말하면 암시한다.


이 즈음에서 이 글의 제목을 다시 언급해야겠다. 청년에게 바치는 힐링 영화. 영화의 결말이 내게 힐링이었던 것처럼, 많은 청년들 또한 이 영화로 위로를 받는다면 이건 어떤 의미일까. 현 시대가 썩 좋은 상황은 아니거나 우리가 삶을 새로운 관점으로 인식해야할 때가 온 건 아닐까.

 





(다음 글은 순수 감상문으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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