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구멍이 난 나무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머무는 공허감,

by 시더로즈




정원의 어느 언저리,

멀리 떨어진 마을 끝에는 나이든 노인이 살고 있었다.


노인은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고,

그 역시 더 이상 누구도 기다리지 않았다.



마음속 어디엔가

무언가가 빠져나간 듯했다.

하루하루는 투명하게, 멍하니 흘러갔다.


어느 날, 노인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건 슬픔도 아니고 외로움도 아니다.

그냥… 아무것도 없다.”


그는 낯선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조용히 숨을 쉬는 숲을 지나

커다란 고목 하나 앞에 다다랐다.



그 나무는 속이 휑하게 비어 있었고,

그 안에 작고 조용한 존재 하나가 앉아 있었다.


바람처럼 생긴 아이였다.



“너는 누구니?“ 노인이 조용히 물었다.


아이는 말 대신

바람 한 줄기를 보내 노인의 손등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는 노와에요,

공허가 찾아온 이들의 곁에 잠시 머무는 정령이랍니다“



노인은 그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말없이, 생각 없이.

바람은 그의 어깨 위에 머물렀고,

눈꺼풀 위를 살며시 지나갔다.


오랜 침묵 끝에 노인이 입을 열었다.


“나는 요즘

무엇도 느껴지지 않아,

슬프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다.

그냥… 가슴이 시리고 삶의 의미가 사라진 것 같아“



노와는 나무의 빈 공간을 천천히 한 바퀴 돌더니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공허는 마음이 망가진 것이 아니에요,

너무 오래 무언가를 담고 있던 마음이

잠시 비워지는 것이다.

그래야 다시 채울 수 있으니까요,“



노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주 작은 숨을 쉬었다.

그 숨결은 작고, 조금은 따뜻했다.


노와는 바람이 되어

그 숨 속으로 들어가

노인의 마음 한쪽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그날 밤, 노인은 꿈을 꾸었다.

아무것도 없는 그 꿈속에서

작은 꽃 하나가 피어나고 있었다.

그곳은 바람이 살짝 스쳐간 자리였다.



감정의 정원에서 온 편지


공허는, 마음이 새로 피어나기 위해

잠시 머무는 빈자리랍니다.



오늘의 감정 루틴

• 조용한 공간에 앉아 나 자신을 안아보세요

•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어요,

• 지나가는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바라보세요,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