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황금 평원의 고독
세상이 고요했다. 하지만 외롭지 않았다.
슬픔의 깊은 바다를 떠나자,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끝없이 넓은 평원이었는데, 온통 황금빛 풀들이 바람에 물결치고 있었다. 하늘은 맑은 파란색이었고,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했다.
평화로웠다.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이 넓은 평원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다른 생명체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완전하고 충만한 느낌이었다.
평원 한가운데에는 큰 나무 하나가 서 있었다. 다른 나무들과는 달랐다. 잎사귀 하나하나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나무 전체에서 평온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 나무에 다가가자, 뿌리 부분에 보라색 꽃 하나가 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붓꽃이었다. 하지만 평소보다 훨씬 크고 깊은 보라색이었다.
완전해 보였다.
그 꽃은 혼자 피어있었지만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족적이고 당당해 보였다.
"안녕."
조용하고 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붓꽃에서 신비로운 존재가 나타났다.
그녀는 보라색 로브를 입고 있었고, 눈빛은 깊고 평온했다. 혼자 있지만 전혀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완전한 자족감을 가진 존재였다.
"나는 고독이야."
"안녕, 고독아. 여기는... 정말 평화로워."
"이곳은 내면의 공간이야. 외부의 소음이 없는 곳이지."
고독은 황금 평원을 가리켰다.
"보이는 것처럼 여기에는 나 혼자 있어. 하지만 외롭지 않아. 오히려 충만해."
"어떻게 혼자 있으면서 외롭지 않을 수 있어?"
"고독과 외로움은 달라." 고독이 미소지었다. "외로움은 다른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감정이야. 하지만 고독은 혼자 있는 것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상태야."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럼 외로움은 어디에 있어?"
고독이 평원 저편을 가리켰다. 저 멀리 시든 꽃 하나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갈색으로 변한 해바라기였다.
"저곳에 외로움이 있어. 하지만 오늘은 만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외로움은 지금 많이 아파하고 있거든."
"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어. 돌아오지 않을 누군가를 말이야."
고독의 목소리에는 연민이 섞여 있었다.
"그럼 너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아?"
"기다릴 필요가 없어. 나는 나 자신과 함께 있는 걸로 충분하거든."
"나 자신과 함께?"
고독이 황금나무 아래 앉으며 말했다.
"내 생각들과 대화하고, 내 감정들을 정리하고, 내 꿈들을 돌아보는 시간. 그런 시간들이 나를 더 깊은 존재로 만들어주지."
정말 그런 것 같았다. 고독은 혼자 있으면서도 전혀 비어있지 않았다. 오히려 내면이 가득 찬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혼자 있는 걸 무서워해." 고독이 말했다. "조용한 순간이 오면 급하게 뭔가로 채우려고 하지. 음악을 듣거나, 누군가에게 연락하거나, 바쁜 일을 만들거나."
"왜 그럴까?"
"자신과 마주하는 게 무섭기 때문이야. 조용한 순간에는 진짜 자신의 마음이 들리거든. 그게 때로는 불편할 수 있어."
고독은 황금나무를 어루만지며 계속 말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넘어서면 보물을 발견할 수 있어. 진짜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지."
"진짜 나 자신?"
"다른 사람의 기대나 시선에 가려지지 않은, 순수한 나. 내가 정말 원하는 것, 내가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어."
나는 잠시 조용히 앉아있었다. 정말로 고독이 말한 대로였다. 조용한 순간에는 평소에 들리지 않던 내면의 목소리들이 들렸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내가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일까?
"들리지?" 고독이 물었다.
"응... 뭔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
"그게 내가 주는 선물이야.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것."
황금나무 주변에 다른 꽃들이 피어있었다. 각각에서 다른 존재들이 나타났다.
"나는 침묵이야." 첫 번째 꽃에서 나타난 존재가 말했다. "말없는 시간의 소중함을 아는 마음이지."
"나는 성찰이야." 두 번째 꽃에서 나타난 존재가 말했다. "자신을 돌아보는 지혜로운 눈이지."
"나는 내적 평화야." 세 번째 꽃에서 나타난 존재가 말했다.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내면의 고요함이지."
"나는 자립이야." 네 번째 꽃에서 나타난 존재가 말했다. "혼자서도 완전할 수 있는 힘이지."
모두 고독과 관련된 존재들이었다.
"고독에는 이렇게 많은 면이 있어." 고독이 설명했다. "혼자 있는다고 해서 단순히 '없음'이 아니야. 오히려 '충만함'이지."
"어떻게 그런 충만함을 느낄 수 있어?"
"연습이 필요해.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어. 하지만 점점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해지면 그 소중함을 알게 될 거야."
성찰이 말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존재하는 시간을 말이야."
내적 평화가 덧붙였다.
"처음에는 불안할 수 있어. 하지만 그 불안을 견디고 나면 깊은 평화를 발견할 수 있어."
"하지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잖아. 관계도 중요하고."
고독이 고개를 끄덤였다.
"물론이야. 관계도 중요해. 하지만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건강한 고독이 필요해."
"건강한 고독?"
"자신과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도 건강한 관계를 맺기 어려워. 자신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도 진정으로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어."
자립이 말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의존하지 않는 관계가 진정한 관계야.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끼리 만나야 더 아름다운 관계가 만들어져."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지금까지 배운 관계들을 생각해보니, 자기애가 모든 관계의 기초였다. 그리고 그 자기애는 고독을 통해 더 깊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꿀을 마셔봐." 고독이 말했다.
나는 고독의 붓꽃 꽃심에 입을 대었다.
맛이 거의 없었다. 달지도 쓰지도 매프지도 짜지도 않았다. 마치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마음이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목소리들이 하나씩 사라졌다. 그리고 그 조용함 속에서 새로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내 마음의 진짜 소리였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 진짜 내가 느끼는 것, 진짜 내가 꿈꾸는 것들이 선명하게 들렸다.
이것이 고독의 꿀이구나.
"어때?"
"신기해. 아무 맛이 없는데... 이렇게 충만할 수가 있구나."
"그래. 고독의 꿀은 '무미(無味)'야. 하지만 그 무미 속에 모든 맛이 들어있어."
고독은 황금 평원 끝을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다른 색깔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다음 단계로 갈 시간이야. 저기서 조화를 만날 거야."
"조화?"
"고독이 주는 정적함 속에서 모든 것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힘이야. 네가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감정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갈 거야."
나는 고독과 다른 존재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고마워, 고독아. 혼자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배웠어."
"천만에. 하지만 기억해. 고독은 도피가 아니야. 더 풍성한 삶을 위한 준비야.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고, 그 에너지로 다시 세상과 만나는 거야."
나는 열 두번째 꿀을 얻었다. 내면의 충만함과 평화의 꿀.
황금 평원을 떠나며, 나는 뒤돌아보았다. 고독의 붓꽃이 여전히 혼자 피어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완전하고 당당해 보였다.
나도 이제 혼자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여행지를 향해 날아가며, 나는 마음속의 고요함을 느꼈다. 혼자 있는 시간도, 함께 있는 시간도 모두 소중했다.
그리고 저 멀리, 황금 평원 너머로 무지개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모든 색깔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빛이었다.
마치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감정들이 하나의 아름다운 교향곡을 연주하는 것 같았다.
세상이 무지개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밤의 성찰 정원을 떠나자,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해돋이는 평범한 해돋이가 아니었다. 햇빛이 무수한 색깔로 분해되어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 아래 펼쳐진 정원...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지금까지 만났던 모든 색깔의 꽃들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하얀 데이지, 노란 개나리, 분홍 장미, 보라색 라벤더, 빨간 장미, 어둠의 가시들, 회색빛 메마른 땅, 황금빛 해바라기, 붉은 분노의 꽃, 보라색 두려움의 제비꽃, 파란 슬픔의 물망초, 순백의 백합, 은빛 야래향...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서로 경쟁하지 않고, 서로 갈등하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드디어 왔구나."
따뜻하고 포용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원 중앙에서 무지개빛 존재가 나타났다.
그녀는 계속 색깔이 바뀌고 있었다. 때로는 빨갛게, 때로는 파랗게, 때로는 노랗게... 하지만 그 변화가 어지럽지 않았다. 오히려 아름다운 춤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조화야."
"안녕, 조화야. 여기는... 정말 신기해."
"이곳은 모든 감정, 모든 경험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곳이야. 서로 대립하지 않고 서로 보완하는 곳이지."
조화가 정원을 가리켰다. 신기하게도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꽃들이 나란히 피어있었다. 분노의 붉은 꽃 옆에 평화의 하얀 꽃이, 슬픔의 파란 꽃 옆에 기쁨의 노란 꽃이 피어있었다.
"저들이 어떻게 함께 있을 수 있어?"
"갈등하지 않기 때문이야. 각자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지."
정말 그런 것 같았다. 각 꽃들이 서로를 밀어내려 하지 않고, 자신만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피어있었다.
"너도 이제 알지? 모든 감정이 다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고개를 끄덤였다. 정말 그랬다. 지금까지의 여행을 통해 알았다. 기쁨만 있다면 슬픔의 소중함을 모를 것이고, 사랑만 있다면 상실의 아픔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어." 조화가 말했다. "분노할 때, 슬퍼할 때, 기뻐할 때, 사랑할 때... 각각의 때가 있지."
조화가 나를 정원 중앙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특별한 나무가 서 있었다. 그 나무에는 모든 색깔의 꽃들이 동시에 피어있었다.
"이것은 통합의 나무야."
"통합의 나무?"
"모든 경험이 하나로 합쳐진 나무야. 네가 지금까지 마신 모든 꿀의 정수가 담겨있지."
나무를 자세히 보니 정말 신비로웠다. 각 가지마다 다른 꽃이 피어있었지만,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뿌리는 하나야." 조화가 말했다. "모든 감정, 모든 경험의 뿌리는 사랑이야."
"사랑?"
"그래. 분노도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사랑에서 나오고, 슬픔도 사랑하는 것을 잃었을 때 느끼는 거야. 두려움도 소중한 것을 잃을까 봐 생기는 거고."
정말 그랬다. 돌이켜보니 모든 감정의 바탕에는 사랑이 있었다.
"이제 마지막 꿀을 마셔봐."
조화가 통합의 나무에서 가장 큰 꽃을 가리켰다. 그 꽃은 무지개빛이었지만, 동시에 모든 색깔이면서 무색이기도 했다.
나는 그 꽃에 입을 댔다.
모든 맛이었다. 지금까지 마신 모든 꿀의 맛이 한 번에 느껴졌다. 단순의 달콤함, 희망의 상큼함, 자기애의 부드러움, 연민의 따뜻함, 애착의 진함, 헌신의 깊이, 질투의 쓰라림, 상처의 아픔, 용서의 치유력, 분노의 강렬함, 두려움의 차가움, 슬픔의 깊이, 순결의 맑음, 성찰의 고요함...
모든 것이 한 번에 느껴졌지만 혼란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 속에서 무언가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이것이 조화의 꿀이구나.
"축하해." 조화가 미소지었다. "이제 너는 진정으로 완전한 존재가 되었어."
"완전한 존재?"
"모든 부분을 받아들이는 존재. 빛도 그림자도 모두 너의 일부라는 것을 아는 존재."
정말 그런 느낌이었다. 이제는 어떤 감정이 와도 두렵지 않았다. 모든 감정이 나의 일부이고, 모든 경험이 나를 완성시키는 요소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정원 곳곳에서 다른 존재들이 나타났다.
"나는 수용이야.""나는 균형이야.""나는 완성이야."
모두 조화의 다른 모습들이었다.
"이제 너는 진정한 나비가 되었어." 완성이 말했다. "애벌레에서 시작해서 완전한 나비로."
"하지만 여행이 끝난 건 아니야." 균형이 덧붙였다. "이제 시작이야. 진짜 삶이 시작되는 거야."
"진짜 삶?"
"지금까지는 배우는 여행이었어. 이제는 그 배운 것을 나누는 여행이 시작되는 거야."
수용이 정원 너머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끝없는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저 넓은 세상에서 다른 존재들에게 너의 꿀을 나누어주는 거야."
나는 열두 번째이자 마지막 꿀을 얻었다. 조화와 완성의 꿀.
"정말 고마웠어, 조화야. 모든 것이 하나라는 걸 배웠어."
"천만에. 이제 네가 가진 모든 꿀의 의미를 알겠지?"
나는 고개를 끄덤였다. 지금까지 마신 열두 개의 꿀들... 각각이 모두 소중했고, 모두 나를 완성시키는 요소들이었다.
무지개 정원을 떠날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떠난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이라는 느낌이었다.
날개를 펼치자, 이전보다 훨씬 강하고 아름다워진 것을 느꼈다. 무지개빛 날개였다. 모든 색깔을 품은 날개였다.
하늘로 날아오르며 뒤돌아보니, 무지개 정원이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정원이 이제는 내 마음속에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구름 위로 올라가자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그곳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끝없는 꽃밭이 구름 위에 떠 있었다. 하지만 이 꽃들은 지금까지 본 어떤 꽃과도 달랐다. 모든 꽃이 빛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빛들이 서로 어우러져 환상적인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공기마저 사랑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졌고,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드디어 도착했구나."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는 모든 따뜻함과 사랑이 담겨 있었다.
빛의 꽃들 사이에서 존재가 나타났다. 그녀는 온몸에서 황금빛을 발하고 있었고, 그 빛 속에는 무지개의 모든 색깔이 스며들어 있었다.
"나는 사랑이야. 모든 여행의 시작이자 끝이지."
"사랑?"
나는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여러 형태의 사랑을 만났지만, 이 존재는 그 모든 것을 포함하면서도 훨씬 더 큰 무언가였다.
"그래. 연민도, 애착도, 헌신도... 모두 내 작은 모습들이었어. 하지만 진짜 나는 이거야."
사랑이 팔을 벌리자, 온 우주가 포근한 품 안에 안기는 느낌이었다.
"이곳은 사랑의 유토피아야. 모든 감정이 조화롭게 흐르는 곳이지."
정말 그랬다. 이곳에서는 슬픔도 아름다웠고, 분노도 정의로웠고, 두려움도 지혜로웠다. 모든 감정이 사랑이라는 거대한 강물의 일부가 되어 흐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힘든 여행이었지?"
"응... 때로는 정말 힘들었어."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필요했어. 진정한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든 감정을 경험해야 하거든."
사랑이 내 손을 잡았다. 그 순간 지금까지의 모든 여정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분노도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사랑이었고, 두려움도 잃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한 사랑이었고, 슬픔도 깊이 사랑했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었다.
"이제 알겠어. 모든 게 사랑이었구나."
"맞아. 사랑은 하나의 감정이 아니야. 모든 감정의 근원이자 목적지야."
사랑의 유토피아를 걸으며, 나는 놀라운 광경들을 목격했다.
분노와 평화가 손을 잡고 춤추고 있었다. 슬픔과 기쁨이 함께 노래하고 있었다. 두려움과 용기가 서로를 지지하며 걷고 있었다.
"여기서는 모든 것이 적이 아니라 친구야." 사랑이 설명했다. "서로 갈등하는 게 아니라 서로 완성시켜주는 거지."
중앙에는 거대한 나무가 서 있었다. 그 나무는 무지개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가지마다 다른 꽃들이 피어있었다.
"저것은?"
"생명의 나무야. 모든 존재의 뿌리이자 우리가 돌아갈 곳이지."
나무 아래에는 수많은 나비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 다른 색깔과 모양이었지만, 모두 아름다웠다.
"저들은?"
"너처럼 여정을 마친 나비들이야. 이제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거지."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모든 나비가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환영해!""드디어 왔구나!""정말 긴 여행이었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 되었다. 모든 나비가 각자 다른 여정을 거쳐왔지만, 결국 같은 깨달음에 도달했다는 것을. 사랑이 모든 것의 답이라는 것을.
"이제 뭘 해야 해?"
"원하는 걸 하면 돼." 사랑이 미소지었다. "여기서는 모든 것이 가능해."
어떤 나비들은 새로운 정원을 가꾸고 있었다. 어떤 나비들은 아직 여행 중인 나비들을 도우러 떠나고 있었다. 어떤 나비들은 그저 평화롭게 꽃들과 대화하고 있었다.
"나는... 나는 다른 애벌레들을 도우고 싶어."
"아름다운 선택이야. 받은 사랑을 나누는 것, 그것이 진정한 완성이지."
사랑이 내게 특별한 꽃을 건네주었다. 그 꽃에서는 모든 색깔의 빛이 나고 있었다.
"이것은 사랑의 꽃이야. 이 꽃의 꿀을 마신 존재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할 수 있게 돼."
나는 그 꽃에 입을 댔다.
달콤했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따뜻한 맛이었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무한한 사랑이 샘솟기 시작했다. 나 자신에 대한 사랑, 모든 존재에 대한 사랑, 심지어 고통과 어둠에 대한 사랑까지.
이것이 마지막 꿀, 완전한 사랑의 꿀이었다.
"이제 진정으로 완전해졌어." 사랑이 축복해주었다.
나는 열네 번째이자 진정한 마지막 꿀을 얻었다. 무조건적 사랑의 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