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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May 27. 2024

질병 해방

질병 해방


내가 거의 읽지 않는 분야의 책들을 꼽자면, 마케팅, 재테크, 투자, 자기 계발, 종교, 건강 등이다. 나와 아무 관련도 없을 뿐 아니라 대중을 기만하고, 심하게 표현하면 대중을 상대로 사기 치는 책들이 많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종류의 책에서도 배울 점은 있고, 어느 정도 훌륭한 내용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삶의 본질에 관해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 살고 죽을 때까지 끊임 없이 공부하고 배워야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데, 그 배움의 과정에서 얄팍한 껍데기만 핥는 내용으로 쓴 책을 읽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구체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쓴 책을 읽어야 할 때가 있다. 기술 서적이 아니라 인문학을 포함한 폭 넓은 시야와 역사와 인간을 교직하는 입체적인 내용을 다룬 책을 읽는다면 배움도 있고, 읽는 즐거움도 크다.

예전에 약 2년 정도, 암 투병을 하면서 암을 완전히 치료한 어떤 분을 도와 건강에 관한 책을 만들 때가 있었다. 나는 그 분이 쓴 초고를 컴퓨터로 옮기면서 초고 내용을 다 읽었고, 그 분이 구입한 건강 관련 책 약 200권의 목록과 그 내용을 어느 정도는 읽어서 내용이 익숙했다.

암 환자가 암을 극복하고 '완치' 판정을 받은 건 대단한 사건이다. 의학이 발달해도 암은 여전히 매우 심각한 질병이며, 시한부 삶을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건강이 나빠지고, 병이 들고, 암이 생기는 걸 두려워 하면서도 건강을 유지하고 늙어서도 오래도록 건강하게 생활하려면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가를 잘 모르거나, 고민하지 않거나, 배우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또는 알면서도 실천, 실행하기를 게을리 하는 사람도 있다.

요즘은 텔레비전, 유튜브 등에서 건강 관련 정보가 해일처럼 쏟아지는 세상이다. 전문가인 의사들이 출연해 세세한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모든 질병에 관한 자세한 설명과 예방, 치료 방법까지 일러준다.

그렇게 의학 정보가 넘쳐도 여전히 병에 걸리는 사람은 많고, 병원에는 환자가 가득하며, 의료보험이 고갈될 위기에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온다. 너무 많은 정보 때문에 사람들은 의학에 관해 많은 걸 안다고 착각한다.

여기저기서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사람들은 거의 준 전문가처럼 건강과 질병에 관해 이야기하고, 건강과 질병은 술자리의 안주꺼리로, 친구끼리의 잡담 소재로 활용한다. 성인 흡연률은 줄었지만, 청소년, 여성 흡연률은 증가하고, 술 소비량은 한국도 세계 상위권이며, 각종 성인병 지수도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평균 기대 수명도 80세가 넘어 세계 상위권에 있으면서 또한 각종 질병의 유병률도 높아, 오래 살지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아닌, 나이 들면서 온갖 질병과 질환에 시달리는 노인이 되어 간다는 통계가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사람들이 파편적으로 알고 있는 건강과 노화, 장수에 관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크게 3부로 나누고, 모두 17장으로 구성한 책은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무려 750페이지가 넘는 책으로, 많은 내용을 담고 있으며, 각 장마다 꼭 해야 할 말을 잘 정리하고 있다.

1부에서는 건강과 장수, 현대 의학의 문제점에 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지금까지의 현대 의학(필자는 현재의 의학을 '의학 2.0'이라고 말한다)이 꽤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의학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걸 '의학 3.0'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개인의 삶을 바꾸기 위한 방법으로 운동, 영양, 수면, 정서 건강에 관해 설명할 거라고 알려준다.

2부에서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질병의 발생과 원인에 관해 설명하는데, 환자의 임상과 현대 의학, 생물학, 진화학, 심리학, 병리학 등을 모두 동원해 유전자, 장수의 비결, 당뇨병과 식단, 심장병과 동맥, 콜레스테롤의 관계, 암의 발생과 전이, 암세포의 생리학적 특성, 암 발생을 촉진하는 건강의 문제, 치매, 알츠하이머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생과 예방 등에 관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설명한다.

3부에서는 2부에서 다룬 심각한 질병들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방법과 대안을 제시한다. 필자가 제시하는 방법과 대안은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상식으로 아는 내용들이라 뻔하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오히려 과장하지 않고,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실천에 도움이 된다.

운동, 통증 예방, 호흡, 근력 운동의 필요성, 영양 섭취의 중요성과 방법, 식단을 구성하고 자기 식단을 찾는 법, 수면의 중요성과 질 좋은 수면을 만드는 방법 등에 관해 다양한 사례를 들며 장점과 단점을 말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마지막에 나오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내용이 바로 '정서 건강'이다. '정서 건강'은 우리가 말하는 '정신 건강'과는 다른, 자기 자신의 본 모습을 올바르게 들여다 보고, 삶을 긍정하는 태도를 갖는 과정을 말한다. 

필자인 피터 아티아는 누가 봐도 성공한 의학자다. 그는 스탠퍼드 의대를 졸업한 의학 박사이며, 세계적인 장수 의학의 권위자로 명성을 얻고 있는 사람인데, 그가 '정서 건강'에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 하는 장면을 보면, 겉으로 보는 세속의 출세와 명예, 권위가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를 잘 알 수 있다.

인간의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건, 겉으로 보이는 출세, 명예, 성공보다는 자신과 가족을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육체가 아무리 건강하고, 오래 산다고 해도, 정서 건강이 나쁘면 행복할 수 없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또한 정서 건강이 좋은 상태를 유지하면 많은 부분 건강 문제는 해결된다고 믿는다.

건강 문제는 그 자체로 대응해야 하지만, 건강 문제에서 '정서 건강'을 따로 떼어놓을 수 없으며, 육체의 건강과 '정서 건강'은 반드시 함께 맞물려 이해해야 하고, 건강을 지키거나 치료할 때 늘 함께 고려해야 할 관계라고 말한다.


노화와 장수에 관심을 갖는 세대는 이미 노인 세대라고 말하지만, 사실 노화와 장수는 20대 이후부터 꾸준히 관심을 갖고 실천해야 하는 건강의 문제다. 따라서 이 책은 중년 이상의 세대가 읽겠지만, 그보다 젊은 세대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청년 세대의 부모들이 겪게 될 건강의 문제를 청년 세대가 미리 배우고, 이해하면, 부모의 건강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대처하는 방식도 더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질병해방


  

    이 글은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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