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도시, 무너진 건축: 건축을 둘러싼 미스터리
2부. 신전과 궁전, 권력과 음모의 공간 (16~30화)
글, 그림 : 이동혁 건축가
"저건 도대체 어떻게 만든 거지?"
2023년, 이집트 기자(Giza).
태양은 바짝 마른 사막 위로 타오르고 있었다. 끝없는 모래 바다 속에 솟아오른 거대한 삼각형 구조물— 쿠푸(Khufu)의 대피라미드(The Great Pyramid of Giza).
고고학자 다니엘 박사는 모자를 눌러쓰고 거대한 돌덩이들을 바라보았다.
"무려 230만 개의 석회암 블록. 각각 2~15톤에 달하는 돌들. 높이 147미터."
그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이걸 노예들이 맨손으로 만들었다고?"
젊은 연구원 소피아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영화나 책에서는 노예들이 채찍질당하며 피라미드를 짓는 장면이 많잖아요?"
다니엘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바로 그거야. 그 이미지가 어디서 나온 걸까?"
소피아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성경? 영화? 소문?"
다니엘은 사막을 가리켰다.
"진실은 저 안에 묻혀 있겠지. 직접 확인해볼까?"
그들은 그렇게, 사막 속으로 들어갔다.
고대 기록에 따르면, 피라미드는 기원전 2,500년경, 이집트 제4왕조의 쿠푸 왕(페로) 시대에 건설되었다.
전통적으로, 사람들은 피라미드를 노예들이 채찍을 맞으며 피와 땀으로 쌓아 올렸다고 생각해왔다.
다니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놀랍게도, 고고학적 증거들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
소피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다른 이야기요?"
"응. 피라미드를 만든 건 노예가 아니라, 숙련된 건축가들과 노동자들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소피아는 눈을 크게 떴다.
"그럼… 다 거짓말이었던 건가요?"
다니엘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걸 밝혀보는 게 우리의 일이겠지."
소피아는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럼 도대체 왜 사람들은 피라미드를 노예들이 지었다고 믿은 거죠?"
다니엘은 모래 위에 앉아 오래된 문서를 펼쳤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성경(Bible) 때문이야."
구약성서 **출애굽기(Exodus)**에는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노예로 부려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피라미드 건설과 연결시켰다.
그러나 성경에는 피라미드를 직접 언급한 적이 없다.
소피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성경에서 말한 노예들은 피라미드를 짓지 않았다는 거네요?"
"그럴 가능성이 높아.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노예로 부려졌을 수는 있지만, 피라미드는 그들이 이집트에 오기 훨씬 전인 기원전 2,500년에 지어진 건축물이거든."
소피아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우리가 헐리우드 영화에서 본 장면들은…"
다니엘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이 아니라, 극적인 연출을 위한 허구였던 거지."
2000년대 초, 고고학자들은 기자(Giza) 피라미드 근처에서 노동자들의 무덤을 발견했다.
소피아가 노트를 정리하며 물었다.
"그 노동자들이 누구였죠?"
다니엘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단순한 노예가 아니라, 숙련된 건축가이자 석공, 조각사, 기술자였어."
무덤 속에서 잘 보존된 시신들이 발견됨.
일반 노예들은 묻힐 때 이런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노동자들은 특별한 대우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 사람들은 국가적인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왕실이 직접 고용한 기술자들이었어."
소피아는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럼… 이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피라미드를 지었다는 거네요?"
"맞아. 피라미드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신성한 구조물이었어. 왕을 위한, 그리고 신을 위한 영원한 안식처."
"그래서 단순한 노예가 아니라, 엘리트 노동자들이 피라미드를 지었을 가능성이 높아."
소피아는 메모를 하다가 멈추고 물었다.
"근데 이렇게 큰 돌들을 어떻게 옮겼을까요?"
다니엘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게 또 하나의 미스터리지."
피라미드를 지을 때, 수십 톤에 달하는 돌을 어떻게 운반했을까?
이집트학자들은 거대한 경사로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노동자들이 긴 흙길을 따라 돌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 경사로가 얼마나 컸을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소피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근데 그런 길을 만들었다면, 피라미드보다 경사로를 만드는 게 더 어려운 거 아닌가요?"
다니엘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또 다른 가설이 있지."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집트인들은 물을 사용해 모래를 다졌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젖은 모래 위에서 썰매를 끌면 마찰력이 줄어든다.
이 방법을 통해 무거운 돌을 쉽게 운반할 수 있었다.
소피아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와… 이집트인들은 정말 영리했네요!"
"그렇지. 우리는 종종 과거의 사람들이 단순한 기술만 사용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어."
"자, 그럼 이제 정리해볼까?"
다니엘은 사막 위에서 노트를 펼쳤다.
피라미드는 노예들이 아닌, 숙련된 건축 노동자들이 지었다.
고고학적 증거는 이들이 국가적으로 고용된 사람들이었음을 시사한다.
이집트인들은 거대한 경사로나 물을 이용한 운반 기술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소피아는 사막 너머로 피라미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니엘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게 바로 진실이지."
그리고 두 사람은, 불멸의 건축물을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