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은 초등학생이었습니다만...
중학생이 되었다.
고등학생이 되면 시간이 없으니, 영어는 중학교에서 끝내야 되고, 국어는 일단...
중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여기저기 난무하는 무시무시한 카더라 뉴스에, 애도 아니고 엄마인 내가 입시체제로 돌입하는 듯 긴장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중학교 1학년 3월은 즐거웠도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3월 한 달은
교복을 언제까지 맞춰야 하고, 명찰은 3일 안에 박아야 하고,
체육복은 재고가 없다고 친구들끼리 사이즈 교환하러 다니는 준비의 연속이고...
예술/체육 활동 선택에, 동아리 선택, 방과 후 수업 선택까지 선택의 연속이며...
매일 아직은 낯선 친구들, 매 시간 새로운 교과목 선생님 등장에, 저 복도 끝에 있는 반에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같이 시시덕거리던 남자애들 반이 있어 왠지 서먹해진, 낯섬의 연속이었으며...
30분 당겨진 등교 시간, 2시간 늦춰진 하교 시간, 그에 따라 2시간씩 밀린 학원 일정까지 감안하면 12시간을 밖에서 생활하는 체력적인 지침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는 시간에 선생님이 없다는 자유를 눈치챈 아이들은,
하나 둘 간식을 가져오기 시작했고, 이제는 내일은 뭘 가져갈까 다른 친구는 뭘 가져올까를 기대하며 학교에 가기 시작했고, 창가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수다 떠는 즐거움까지 빠르게 섭렵하며 중학생활에 적응 아니 흡수되고 있다.
교과목 선생님들 중에 하나, 둘 좋아하는 선생님이 생겨나, 그 교과목을 기다리다가 일주일이 후딱 지나가기도 했다.
무엇보다 초등학교 때는 아가들 취급을 받았는데 이제 중학생이 되었다고, 모든 활동이 훨씬 전문적이고 아이들이 주관하는 형태가 되었으며, 모두 '축제'라는 목표를 위해 벌써부터 수십 개의 계획을 짜는 모습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성장'이라는 단어가 떠 올랐다.
성장했다.
지난달과 다를 바 없는 아이들은, '중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훌쩍 성장했다. 저마다 자기 생각을 갖고 해보고 싶었던 활동에 지원하고,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채워갈 준비를 하며, 새로운 친구들과 조금 더 빨리 친해지기 위해 '간식'과 '대화'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학교가 사회가 중학생을 청소년으로 대우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e알리미에 쏟아지는 행사정보가 그를 말해준다. 구 청소년 의원 활동, 전국 토론대회, 청소년 축제 MC, 구에서 뽑은 모델활동 등 모든 행사들이 초등학생을 소꿉놀이에 비유한다면, 중학생은 그래도 식재료가 구비된 주방에서 요리하는 정도로 얘기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아침 7시 반에 나가서 저녁 7시쯤 들어오니 힘든 것이 맞지만, 빛나는(?) 대 중학교 교복을 입고 학교, 거리, 학원, 분식집을 활보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내가 그 주인공일 때는 몰랐는데, 엄마가 되어서 아이를 보니 생각보다 교육환경이 아이들에게 다양하고 많은 역할과 책임, 직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느껴져서 따뜻한 마음이 들었다. 하려고만 한다면 정말 뽀대 나는 중학교 생활을 할 수 있겠다. 어떻게 그 동기부여를 하는가는 부모의 몫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