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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윤 Aug 04. 2020

정신과 환자들 무섭지 않아?

진로고민(2)

 정신건강의학과로의 진로에 대해 말하면, 많이 듣게되는 말이다.


 저번 포스팅에서 언급한 정신과 병원에서의 봉사경험을 말할 때도 자주 환자들의 폭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온다. 각종 매체에 대서특필되는 범죄자의 정신질환에 대해 자주 듣다보면, 으레 "정신질환자는 폭력적이다"라는 인식이 생기는 모양이다. 과연 이런 인식이 객관적 사실과 잘 맞아 떨어지는가?에 대해선 글의 끝부분에 간단히 다뤘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끝까지 읽는걸 추천한다.


 봉사한 병원은 정신과 전문병원으로, 환자군에 따라 여러 병동을 운영했다. 그중 봉사하면서 들어간 중독병동, 급성기병동, 노인병동의 환자들이었는데, 각 병동에서 놀이치료, 음악치료, 실버댄스, 정신건강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 보조하면서 환자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본과2학년 여름방학 50~60시간의 봉사시간동안, 한 번도 환자의 공격성을 목격하지 못했다. 좋은 치료를 받아 잘 조절됐기 때문이었을까?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노인 병동의 할아버지셨는데, 증상이 잘 조절되어 퇴원을 준비하는 중인 분이었다. 취미로 모바일 바둑을 두고 계시는 걸 보고, 전에 읽었던 수필이 떠올라(정신병동의 환자와 바둑을 둔 경험에 대해 쓴 작품이다. "십 년 만의 바둑 한 판", 한국의학도 수필공모전 당선 작품집, 2014) 병동에 비치된 바둑판으로 한 수 가르쳐드렸더니 무척 좋아하셨던 분이었다. 매주 두 세 판씩 두고 각 판마다 승패가 갈렸던 상황을 복기해드리면서, 어릴적 명절마다 함께 바둑을 뒀던 친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해서 정신질환자에 대해 가지고 있던 어색함을 줄여준 환자였다.


  물론, 이런 경험을 가지고 정신질환자들이 공격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런 주장을 위해선,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예를들면,



이런 논문 같은?


 해당 논문은 정신질환(DSM-IV은 정신질환의 진단과 통계 편람이라는 정신과의 교과서 같은 책인데, 최신판은 DSM-V이지만, 2008년에 출판된 연구라 이전 진단기준을 사용한 점이 아쉽다)과 공격적인 행동의 상관관계에 대해 조사한 논문으로, 각 질환에 따라 일반인구에 비해 공격적인 행동을 일으킬 위험에 대해 연구했다.


 결론은 질환마다 다르다인데, 선행 연구들처럼 특정 질환에서는 공격적인 행동을 일으킬 확률이 일반 인구에 비해 높다고 말하고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의 공격적인 행동과 관련한 아래의 메타분석을 보면, 공격적인 행동의 위험은 정신질환의 유무뿐만 아니라 성별, 입원기간, 이전 폭력행동 등의 수많은 변수에 의해 달라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특정 정신질환보다는 오히려 성별이 폭력행동과 더 큰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걸 알면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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