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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윤 Dec 26. 2018

서정의 탄생

쉼터 - 사랑(1)

넌 날 왜 사랑해?


 연인 간에 상대방을 당황시키는 질문들 중 순위권에 뽑힐 말이다. 이런 말을 들은 사람들은, 잘못의 변명을 늘어놓듯, 궁색한 말들로 답변하기 일쑤다. 이는 단순히 사랑하지 않거나, 어리석거나 말주변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 원래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논문이나 통계에서도 단순한 상관관계를 밝히는 것에 그친다. 혹은 그럴듯한 가설을 세워놓고 여러 외부요인에 의한 반증시도에도 가설이 살아남았다는 선에서 인과관계를 밝혔다고 한 뒤 넘어가거나.


 처음의 질문에 답할 말을 찾는 과정도 엇비슷하다. 사랑의 이유를 아름다움으로 답한 사람은 단지 ‘아름다운 상대’와 ‘그를 사랑하는 자신’을 관측했을 뿐이다.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지 않는 자신을 떠올리기엔 너무 급박해서, 떠오른 말을 바로 내뱉은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마주친 사람들 중엔 시인들도 있었고, 으레 그렇듯, 나름의 멋들어진 방법을 생각해냈을 것이다. 그들이 내놓은 답은 ‘모르는 것에 대해 말하지 않기’이다. 그들은 왜인지 답하지 않고, ‘있는 것’과 ‘자신의 감정’만을 말한다. 이게 서정시의 배경이 아닐까?     


장학금을 받았고, 행복하다.


                                                                                                                     2018년, 가을, 동문회 장학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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