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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 Jul 17. 2018

01. 그렇게 독특한 일상은 시작되었다.

아일랜드 캠프힐 

길을 잃은 느낌이었다.


어릴 때 부터 나는 이상하게도 항상 좋아하는 것만 하는 성향이 강했고,

나중에 어른이 되면 직업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로 골라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대학생이 되었는데 부모님은 나에게 하기 싫은 것도 해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며 튀지 말고 다른 사람과 묻어가라고 가르치셨다. 나는 꿈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잘나가는 사람이 아닌 평범하게 묻어가라는 말이 왜이리 큰 괴리감을 일으켰던 걸까.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적성을 찾아 헤매며 진로를 정할 때 쯤 원하는 직업을 찾아 취업을 했다.

그러나 넘치는 열정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행동과 따라주지 않은 나의 흐린 판단력이 첫 사회생활을 매우 지치게 만들었으며, 인간관계 역시 좋지 못했다.

그렇게 계약직으로 퇴직금도 못받고 떠나게 된 직장에서 같은 직업을 구하는 것이 과연 맞는 답일까 고민이 들었다. 박봉이어도 열정만 있으면 괜찮을 것이란 생각은 철저히 거짓이었으며 일과 개인시간의 균형이 나에게는 굉장히 중요했던 것임을 알았다. 길을 잃은 느낌이었다.



같은 직종의 면접에서 연속적인 탈락으로 인해 자신감과 자존감 모두 바닥이었다.

지금 나에겐 멈추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필요했고 절실했다.

그렇게 인터넷을 검색해본 결과 해외봉사라는 것과 아일랜드 캠프힐 이라는 것에 관심이 가져지게 되었다. 


캠프힐이란 장애인들의 공동체로써 자급자족을 하며 스스로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 단체라고 보면 된다. 나의 목적은 한국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싫은 것을 해보는 연습 및 인간관계에서의스트레스 해소법을 얻어가는것, 그리고 인내심의 한계를 맛보는 것이었다.

물론 영어 실력이 늘어 외국계회사의 취업을 하면 좋고!


가기 전에 별 고민을 다 했었다. 여자는 나이가 경력이고, 이미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한번 다녀왔는데 아일랜드에서도 얻어오는 것이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경력단절에 대해 면접에서 무엇을 말할 것인지.

또한 영어 실력이 생각보다 늘지 않은면 어떻게 할 것인지, 외국계 기업에 취업을 못하면, ~하지 못하면 투성이의 소용돌이 속에 타로를 볼까, 사주를 볼까 봉사를 갈까 말까 변덕이 들끌었다.

우연히 거리에서 미술 심리상담 카페를 오픈했다면서 영업하시는 분을 통해 받게 된 미술심리.

가지가 너무 많고 줄기는 얇디 얇은 나무를 그렸는데 그것의 해석에서 답을 얻었다.

"생각만 많은데 그걸 버틸 힘이 없어. 그냥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무 생각 없이 하세요."

그래, 나 걱정만 하고 있지. 타로나 사주에서 가지 말라고 하면 안갈것도 아닌데, 왜 걱정을 미리 하고 있었을까.

그때부터 가기로 마음을 먹고 열심히 서류 준비에 나섰다.



캠프힐의 생활은 한마디로 '인내'라고 말할 수 있다.

지원의 첫 단계서부터 인내를 필요로 했기 떄문이다.

메일 하나 보내고 답변을 받는데 기본 2주는 필요했고, 애간장이 타들어가지만 어쩌겠는가.

서류 준비 조차 시간이 오래걸렸다.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추천서를 3명에게 부탁해야만 했고, 5장이 넘는 질문이 빽빽한 자기소개서 및 지원동기 까지 영어로 써 내려가려니 손에 땀이 났다.

그러나 어쩌면 나를 시험하고 있는 듯한 이 기간은 캠프힐의 고난을 겪을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것과도 같다.

캠프힐이 조금 힘들다고 포기하고 싶을 때 준비기간의 정성과 시간을 들인 노력이 큰 힘이 될 줄이야.

"나 이렇게 열심히 했던 사람이야. 이런것으로 포기하지 않아!' 라고 내면에서 목소리가 종종 들릴 거라는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그렇게 생애 첫 유럽. 아일랜드 라는 땅을 밟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고야 말았고,

어쩌지.. 장애인을 보기만 하면 피하는 나는 어쩌다 이곳에 와버린 걸까. 라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일상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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