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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 Jul 30. 2018

06. 지적장애인들이 사랑스럽다니?!

아일랜드캠프힐

아일랜드 캠프힐에 오기  전에 난 정말 불안했다.

예전에 호주에서 환경봉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지적장애인 단체를 만났다. 잡초 뽑는 일을 하는 중이었는데 그들은 집중력이 매우 뛰어나 한번 뽑기 시작하면 끝을 볼 때까지 뽑는다는 것이었다. 기진맥진하여 쉬고 있는 우리에게 한 장애인이 말을 걸었는데 익숙치 않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도록 눈을 피했다. 한국에서도 지적장애인을 간혹 지하철에서 만나게 되면 슬슬 피하게 된다. 나에게 해코지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다.

이런 내가 어떻게 장애인들과 한 집에 같이 산단 말인가? 인생 최대 도전이자 한계를 맛보기에 좋은 도전이라고 생각되어 고생을 사서 하고자 간 것이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내가 지적장애인들에게서 마음 치유를 받고 있을 줄이야.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어덜트들은 대게 유아~초등학생 수준의 지적능력을 지녔다. 대부분 글을 읽지 못하고 본능에 충실했다. 그들은 감정표현에 있어 매우 솔직했다.

그것 때문에 힘이 들었던 점은 화 날 땐 세상에 자신만 있는 듯 불같이 자신의 화를 표현해서 달래는 것이었다. 그것이 자해일 수도 ,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는 것, 때리는 것 또는 움직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쁠 때는 세상을  다 가진 듯이 행복한 얼굴로 웃는다. 어쩔 땐 어덜트 중 한명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는데 옆에서는 너무너무 행복하게 웃고 있는 어덜트를 보고 이건 무슨 아이러니 인건가. 이 사람의 마음 상태는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 싶어서 피식 웃은 적이 있었다.

그들의 순수함에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덜트 일지라도 아기 처럼 느껴졌고 해맑은 웃음은 전파되어 나까지 행복했었다.

이렇게 감정 표현이 자유로운게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다. 우리는 사회를 살면서 가식 떨어야 할 때도 있고 자존심 부린다고 감정을 숨길 때가 많은 데 말이다.


그들은 나에게 사람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하는 연습을 시켜주었다.

어덜트들의 행동은 전혀 이해 할 수가 없다. 스위치를 꼭 껐다 켜야하는 강박증이나 가만히 있어도 몸을 이리저리 흔들흔들 움직인다. 모든 사물을 강아지처럼 보아 쓰다듬는 행동(무려 내 무릎도!!) , 똑같은 혼잣말을 계속 하거나 너무 게을러 움직이지 않음 등은 판단하지 말고 그저 받아들여야 했다. 그들의 평범하지 않은 행동들은 거의 웃음이 나게 했으며 과묵한 내 모습도, 꾸미지 않고 가식떨지 않는 내 모습도 그대로 받아들여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게 했다. 무엇보다 내가 나 스스로의 단점들에 집중하기 보다는 장점, 단점 상관 없이 존재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왜냐하면 실제로 그들이 나를 그렇게 받아들여줬기 때문에!


그들은 내가 내성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방 안에만 있는 집순이라 재미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영어를 너무 못하는 어떤 못생긴 동양인 여자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요리나 집안일을 이 나이 먹고 잘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가고 싶은데 부탁을 잘 못하는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무려 눈썹 반이 없는 넙데데한 얼굴을 공개한 나에게 예쁘다고 말한다.

내 컴플렉스였던 주근깨가 귀엽다고 말한다. 소리소문없이 팔짱을 슥~껴준다. 무릎까지 쓰다듬어 준다.

내 행동을 따라하고 놀면서 함께 즐거워한다. 꽈~악 껴안아 준다.

도움 받은 것은 나인데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요리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사랑해" 하면 "사랑해" 라고 웃음과 함께 답한다. 

춤추면 같이 춤춰준다.(그 춤의 모양새는 또 얼마나 귀엽고 웃긴지)

웃음이 내 입꼬리에서 타인의 입꼬리로 전달되고 그건 또 다시 다른 사람의 입꼬리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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